-SK하이닉스 日수출규제 영향 메모리 15% 감산ㆍ日불매운동도 신속보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5일 경북 구미의 구미코에서 열린 '상생형 구미 일자리 투자 협약식'에서 "협상 시작 반년 만에 이끌어낸 노사민정 합의"라며 "일본의 수출 규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청와대] |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일본의 수출규제 여파로 한일 관계가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일본 유력 경제신문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이번 사태의 조속 해결을 원한다면서도 일본을 ‘공공의 적’으로 간주해 지지율 상승을 보는 ‘두얼굴’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을 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6일 ‘대한(對韓)수출규제, 문 대통령이 얻는 것, 잃는 것’이라는 제하의 ‘한반도파일’ 칼럼에서 “문 대통령은 일본을 ‘공공의 적’으로 보고 문 정부의 약점인 경제에 대해 ‘성장을 저해하는 일본’이라는 도식을 만들어 국내 통치용 재료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닛케이의 서울 특파원을 두 차례 지낸 미네기시 히로시(峯岸博) 편집위원은 이 칼럼에서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고 강조한 문 대통령의 발언을 모두에 실으며 “문 대통령이 일본에 굴하지 않는 자세를 호소하고 있다. 일본에 대한 문 대통령의 발언이 갈수록 가열되고 진두지휘하는 장면도 많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네기시 편집위원은 또 지난 18일 문 대통령이 여야 5당 대표를 청와대에 초청해 일본 수출규제 관련 논의를 한 것을 언급하며 야당인 자유한국당도 한일대결 대열에 합류했다고 썼다.
이어 칼럼은 “2년 2개월 전 80%이상이었던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40%대까지 떨어진 주원인은 경기악화였다”며 “이번 최대 산업인 반도체가 저격된 시점은 (한국의) 거시 경제지표와 기업 실적이 일제히 악화해 야당이 문 정권에 대한 공격 엑셀을 밟으려고 하던 참이었다”고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일본이 화이트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절차를 진행한 것을 역으로 이용했다”며 “기습을 가한 아베 정권을 국가의 공통의 적으로 간주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또 여당 ‘더불어민주당’이 당내 설치한 ‘일본 경제침략 대책 특별위원회’라는 조직명칭을 언급하면서 “식민시대를 상기시키는 ‘침략’이란 표현은 아직도 한국 국민을 자극하는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가 잃는 점에 대해서는 흐릿해진 남북이슈라고 꼬집었다.
칼럼은 일본의 조치가 공표됐을 당시, 문 대통령이 잠시 침묵했던 이유에 대해 “대통령은 북한과의 남북문제에 대해 국민이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는 한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칼럼은 한국 언론의 보도가 한일문제로 점철되면서 북미 정상회담 고양감은 곧바로 사그라들었고 문대통령의 지지율은 45%로 복귀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일본에 강경자세로 기울어진 것도 이 무렵”이라고 썼다.
칼럼은 “문 대통령은 두얼굴로 구분돼 있다”면서 “문 대통령이 한일 갈등을 조기 해소하고 양국간 우호 협력 관계를 회복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하는 한편 수출 규제 문제를 세계무역기구에 상정해 강경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칼럼 말미에는 한국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문 정부가 징용공 문제에서 실질적으로 일본에 접근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출구전략을 만드는 것에도, 상대를 때리면 때리는 것으로 되갚아 악순환이 지속된다”고 전한 뒤 “일미한 공조 약화도 우려되는 가운데 안전보장, 경제, 민간외교에서의 손해 보상은 약간의 지지율 상승으로 메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별도의 기사에서 SK하이닉스가 일본의 수출규제 영향으로 메모리반도체 15%를 감산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또 한국에서 일본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고조되면서 맥주와 일본 여행이 역풍을 맞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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