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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계 사면초가]우려가 현실로…간판기업들 줄줄이 실적쇼크
31일 실적발표 삼성전자 영업익 3분의1 토막
SK하이닉스 6376억원 ‘10분의 1 수준’ 추락
정유·석유화학도 ‘어닝쇼크’급 실적부진
S-OIL 적자전환·LG화학 절반이상 감소
“日수입의존도 90%이상 품목 48개”
日수출규제 장기화땐 경제성장 위협
31일 2분기 확정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일회성 이익을 제하면 3년 만에 6조원 아래의 최악 실적을 거뒀을 것으로 예상된다.

[헤럴드경제=천예선·이세진 기자] 우려가 현실이 됐다. 시황 악화에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까지 대내외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국내 간판기업들의 실적이 줄줄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특히 한국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며 우리 경제의 보루로 여겨졌던 반도체마저 휘청이자 위기감은 더욱 짙어지는 양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시장 점유율 70%를 점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의 가격하락이 지속되는데다 미중 무역분쟁, 중국의 반독점 심사, 일본의 수출규제까지 ‘초대형 악재’가 겹치면서 하반기 전망은 더욱 암울해지고 있다.

한국 정부와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준비한 메모리 뿐 아니라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2030년 세계 1위를 이루겠다는 ‘반도체 2030 비전’ 또한 초반부터 추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오는 31일 2분기 확정실적을 발표하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역대 최고였던 작년 3분기(17조6000억원) 대비 ‘3분의 1 토막’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5일 잠정실적 발표에서 2분기 영업이익으로 6조5000억원을 내놨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3% 줄어든 것이다.

이같은 2분기 실적은 전분기(6조2000억원)보다 다소 개선된 것이지만 이번 실적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고객사인 애플로부터 받은 보상금 약 8000억~9000억원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일회성 이익을 제하면 실질적인 2분기 영업이익은 5조6000억원 수준으로 11분기만에 최악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25일 올 2분기 영업이익 6376억원을 기록, 3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역대 최고 실적이었던 작년 3분기(6조4720억원)의 10분의 1수준이다.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밑돈 것은 2016년 3분기 이후 11분기 만이다. 특히 낸드플래시 부문에서만 5000억~1조원의 영업적자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적극적인 감산에 돌입했다. D램은 4분기부터 감산해 내년까지 감산할 계획이고, 낸드 플래시는 웨이퍼 투입량을 15% 이상 줄이기로 했다. 또 청주 M15 공장의 추가 클린룸 확보를 재검토하고, 내년 하반기 준공 예정인 이천 M16 공장의 장비반입 시기를 수요상황을 고려해 탄력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일본 수출규제는 설상가상이다.

차진석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일본 수출규제가 장기화할 경우 생산 차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도체 뿐 아니라 지난 2년여간 초호황기를 누렸던 정유·석유화학 업계도 ‘어닝쇼크’급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S-OIL은 2분기 영업손실 905억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적자전환했다. 재고관련 이익 축소와 부진한 정제마진 탓에 적자를 벗어난지 불과 1분기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의 2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4975억원, 1544억원으로 전년 대비 40~50% 감소했다.

2분기 국제유가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보유한 원유 재고자산이 줄어들고 ‘역마진’ 수준의 배럴당 2~3달러 정제마진이 지속되며 실적 둔화로 이어졌다. 정제마진의 손익분기점은 통상 4~5달러 선으로 이보다 낮은 정제마진이 지속되면서 정유사는 제품을 팔아도 이익을 남기지 못한 셈이다.

미중 무역분쟁과 계절적 비수기에 따라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 것도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화학업계도 에틸렌 등 시황 악화로 실적 부진이 이어졌다. 특히 LG화학 등 간판 석화기업의 영업이익이 크게 떨어지면서 우려를 더하고 있다.

LG화학은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절반 이상 감소된 2675억1500만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이익은 838억2300만원으로 83% 감소했다.

특히 ESS(에너지저장장치)사업이 속한 전지 부문에서는 128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정부 차원에서 미래 산업으로 낙점할 만큼 유망했던 ESS이지만 작년말부터 이어진 화재 사고와 가동 중단으로 신규 발주가 중단된 데 따른 여파다.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가격 하락도 석화기업들을 울상짓게 하고 있다.

올들어 에틸렌 가격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저 수준인 1톤당 700달러 후반대까지 내려앉았다. 롯데케미칼과 한화케미칼 등도 2분기 실적이 지난해 동기 대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과 미국발 화학제품 공급 확대 등이 시황에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다만 하반기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선박 연료유 황 함량 규제와 ESS 가동 재개 등으로 실적 반등의 불씨는 살려놓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내달 2일 일본 정부가 각의에서 한국을 수출 심사 우대국가인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본의 수출규제가 장기화할 경우 한국 경제 성장이 위협받을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일 주요 산업의 경쟁력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일본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90% 이상인 품목이 48개”라며 “대부분의 주력 산업에서 한국이 일본에 대해 열위를 벗어나지 못해 수출 규제로 인해 성장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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