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차’ 부품 국산화율은 80% 수준…수소차 타격 불가피
- 막전극집합체·가스확산층 등 핵심 부품 국산화 시급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일본이 다음달 2일 ‘백색국가명단(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법령 개정안을 처리하면 ‘반도체·디스플레이·전자’ 품목 외에도 자동차 분야에 적지 않은 타격이 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일단 자동차 산업에서 비중이 큰 내연기관차는 부품 국산화율이 상당부분 이뤄져 그 피해가 미미할 전망이지만, 수소·전기차 등 미래차 분야는 여전히 일본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0일 전문가 및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수입에 차질이 빚을 것으로 보이는 대표적인 품목은 ‘전기차 배터리’, ‘수소차’ 핵심 부품인 화학, 첨단소재다.
내연기관차의 경우 국산화율이 95%에 이르고 공급망도 다변화 돼 있어 문제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미래차의 국산화율은 80%에 불과한 수준이다. 특히 핵심 부품에 있어 일본 수입 의존도가 작지 않다.
예컨대 전기차 배터리 소재의 경우 국내는 물론 다른 글로벌 기업에서 수급이 가능하지만, 전기차 파우치형 배터리를 감싸는 데 쓰이는 ‘파우치필름’은 일본 DNP와 쇼와덴코가 전 세계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생산하는 전기차 배터리가 바로 이 파우치형이다. 화이트리스트 배제 소식으로 최근 이들 회사는 국내 업체와 접촉해 파우치필름 국산화를 추진 중이지만 일각에선 파우치필름이 배터리 생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인 만큼 가격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수소연료전지차에 들어가는 탄소섬유 소재 역시 일본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탄소섬유란 철보다 4배 가볍고 10배 강한 초경량·고강도 소재로 수소연료탱크의 핵심 재료다. 전 세계 탄소섬유 소재 시장 66%를 일본 도레이사와 도호, 미쓰비시레이온이 장악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산화가 시급한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수소차 스택(Stack)이다. 수소차 구성요소 중 원가 비중의 40%를 차지하는 스택의 구성 요소는 막전극접합체, 기체확산층, 분리판, 가스켓 체결기구, 인클로저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막전극집합체는 스택 원가의 43%를 차지하는 중요한 부품이다.
BNK투자증권이 지난 3월 발표한 ‘수소차! 뼛속까지 파헤치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는 막전극접합체에서 ‘원하는 이온만 통과시키는 전해질 막 원천기술’인 ‘멤브레인’ 기술을 아직 완전히 국산화하지 못했다. 다만 김민수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에 따르면 현재 자체적으로 멤브레인을 개발 중이며, 최근에는 기존 성능 대비 괜찮은 제품들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연료전지 원가의 21%를 차지하는 가스확산층도 독일, 일본 대비 국내 기술력이 아직 미흡한 수준인 만큼 수소차 국산화율 100% 달성까지 풀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지난 4월 문을 연 국내 첫 고속도로 수소연료전기차 충전소. [현대자동차 제공] |
이에 대해 현대차는 “부품 국산화율을 90% 이상 달성했고, 탄소섬유의 경우 유럽이나 중국은 물론 국산 제품으로 충분히 대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규제가 현실화 돼도 수소차의 판매 비중이 미미한 만큼 현대차가 받을 경제적 타격도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실제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는 올 상반기 국내에서 1546대가 판매됐다. 현대·기아차가 올 상반기 348만대를 판매한 것을 감안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당장의 타격에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대체 부품이 개발돼도 기존 부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인증을 거치는 절차만 몇 개월”이라며 “이로 인한 개발 지연이 불가피해 ‘속도전’이 중요한 미래차에 주는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김 교수는 “국내 완성차 업계가 일본차 시스템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고 있고 보이지 않게 기술 종속도 크다”며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인한 파급력이 작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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