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쟁의체제에도 노사 ‘극적 협상’ 여지는 남아
- ‘4일 파업’ 지난해 생산 차질 약 1만1000대
- 하루 손실 1300억원 추산…하투 확산 주목
현대·기아차의 연대 파업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자동차 업계의 '하투'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현대차 제공] |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현대자동차가 ‘8년 연속 파업’ 수순에 들어가면서 한국 경제에 또다른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단순히 현대차의 생산 및 실적 악화를 떠나 협력업체에 지대한 영향은 물론 국가 경제 전체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쟁의체제에서도 사측이 노조 요구안을 수용하면 교섭을 재개한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하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 글로벌 수요 감소폭이 큰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기에는 회사의 부담이 너무 크다.
앞서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2만3526원 인상과 당기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내용의 요구안을 사측에 제시했다. 상여금의 통상임금 적용과 만 60세인 정년을 국민연금법에 따른 노령연금 수령 개시일이 도래하는 해의 전년도로 바꾸자는 안도 또 다른 뇌관이다.
막대한 인건비는 현대차의 중장기 전략에 큰 타격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수요 둔화와 경쟁 심화로 재무구조가 악화하고 있는 데다 매출원가율도 하락세를 보이는 탓이다. 글로벌 판매량 제고를 위한 노사 협상을 앞당겨야 하는 이유다.
현대차의 2분기 실적을 들여다보면 영업이익 증가액 2870억원 가운데 2640억원이 환율 효과였다. 반면 상반기 판매량은 글로벌 시장에서 212만7611대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감소한 규모다.
문제는 하반기다. 6월 기준 현대·기아차의 합산 판매량은 348만대다. 양 사의 연간 판매목표인 760만대를 채우려면 상반기보다 판매량을 더 늘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본격적인 미국 수출 이후 증산에 합의한 대형 SUV ‘팰리세이드’부터 하반기 출시를 앞둔 제네시스의 첫 SUV ‘GV80’까지 수급 확대는 필수다. ‘셀토스’와 ‘모하비 마스터피스’ 등 신차 효과가 절실한 기아차를 보더라도 연대 파업의 후폭풍은 시장의 우려보다 클 수 있다.
노사가 극적으로 합의하더라도 파업에 돌입한 이후라면 생산 차질은 불가피하다. 실제 연간 파업 일수가 4일에 그쳤던 지난해 현대차의 생산 차질 대수는 약 1만1000대였다. 같은 파업 일수를 기록한 2015년에도 1만대의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
금융투자업계가 예상한 하루 파업에 따른 현대차의 매출 및 영업이익 손실은 각각 1300억원, 220억원에 달한다.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 등 미래차 투자가 중요한 시기에 업종 전반에 대한 투자 지연은 경쟁사에게 기회 제공의 빌미가 될 수 있다. 일본의 ‘백색국가명단(화이트리스트)’ 포함 가능성 등 대내외 변수도 즐비하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비중이 큰 현대·기아차의 ‘하투(夏鬪)’가 자동차 산업 전반으로 확대될지 여부도 중요한 포인트다. 여름휴가가 끝나는 8월 중순이 변곡점이다.
한국지엠은 임단협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권 확보를 위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8월 본교섭을 앞둔 르노삼성차에도 긴장감이 감돈다. 지난해에 이어 노조가 요구안을 수정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에 이어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생산 대수 하락은 불보듯 뻔하다”며 “신차 효과를 발판으로 글로벌 점유율을 늘려야 하는 갈림길에서 노사 분쟁의 장기화는 연계된 협력사들의 침체는 물론 국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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