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존슨 총리 10월까지 탈퇴 공언
EU-영국 ‘화평법’ 분리 적용땐
별도 등록 필요해 이중 부담
지정대리인, 英보다 유럽 유리
영국의 EU 탈퇴가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유럽의 트럼프’로 불리는 브렉시트 강경파 보리스 존슨이 새 영국 총리로 선출됨에 따라, 영국의 ‘무작정 가출’, 즉 노딜(No Deal) 탈퇴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산업계도 영국의 ‘노딜 아웃’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존슨 신임총리는 10월말까지 EU를 떠나겠다고 공언하고는 최근 장관들에게 “노딜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취임 초반 부터 “가장 위대한 나라를 만들 것”이라며 트럼프 식 화법을 보이면서, EU와의 협상안이 의회를 통과하든 말든 떠나서 미국 손 잡고 ‘유럽 왕따’ 국면을 헤쳐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EU와의 딜을 선호한다면서도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노딜’ 브렉시트에 대비돼 있다”며 “전임자인 테리사 메이 총리가 합의한 기존 EU 탈퇴협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에 대해 코빈 노동당 대표는 “존슨 총리가 영국을 미국의 속국으로 만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와중에 국내 여러 업종 중 한국바이오협회(회장 서정선)가 최근 브렉시트 대응방안 보고서를 내 눈길을 끈다.
유럽(EU)에 진출한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기업은 조속히 EU-영국 ‘화평법(REACH)’ 분리 적용에 대한 대응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REACH는 우리로 치면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이라고 볼 수 있다. 타대륙 의약품과 원료가 들어올 때 유해한 것이 없도록 규율한 것이다.
31일 한국바이오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1~1000톤 이상의 물질을 유럽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ECHA(유럽케미컬 에이전시)를 통해 EU REACH를 등록해야 한다.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유럽과 영국(UK) 두 곳 모두에서 비즈니스하던 한국 등 제3 대륙 국가의 제약사들은 별도 등록을 해야 한다. 한 큐에 되던 것을 두 개로 분리하니 비용이 더 든다.
지정 대리인(OR:Only Representative)을 통해야 하는데, 경우에 따라 등록 전환 절차가 조금씩 다르다.
영국과 거래하고자 하는 제 3국 제조업체 및 생산업체는 영국 기반 OR을 선임해야 한다. 기존에 영국 기반 OR을 통해 EU REACH 등록을 했다면, 브렉시트와 함께 등록이전(移轉:Grandfathering) 대상이 되며, ‘REACH 등록 권리 포기’ 상태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EU 기반 OR을 통해 EU쪽 등록을 해야 하니 2중의 행정 수수료를 부담할 수 밖에 없다.
한국바이오협회측은 “영국 OR을 유지할 경우 비용이 영국 시장, 유럽 시장 모두 발생할 수 있으므로 되도록 브렉시트 이전에 다른 유럽의 OR로 변경하는 것이 좋다”면서 “OR 변경에 대한 수수료가 일부 발생할 수 있으나 UK 시장만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면 EU REACH 재등록으로 인한 손실 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OR이 아일랜드에 법인(분점)을 갖고 있는 경우, EU REACH의 등록 권리를 유지할 수 있다. 해당 업체에 반드시 확인해봐야 한다.
영국과 27개국의 EU, 둘 중 한 시장을 선택하라고 누구든 EU를 선택할 것이므로, OR을 EU연고로 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유럽장사를 잘 하다가 영국쪽 비즈니스 욕심이 생기면 신규로 영국 OR을 통하면 된다. 다행히 최근 한국-영국 간 제약 협력을 확대되고 있어, 영국 별도 진출에 대한 규제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바이오 등 몇몇 산업 분야에선 다른 대륙 국가들이 큰 불편을 겪지 않도록 EU와 영국 간 일정한 딜을 보완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이를테면, 한국의 중요 파트너로 급부상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같은 회사는 EU회원국 스웨덴과 영국의 합작 법인이므로 양쪽을 내집 드나들 듯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한국 바이오헬스 기업이 손 놓고 있다가는 번거로움을 심하게 겪을 수 있다고 현지 주재원들은 입을 모은다.
함영훈 기자/ab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