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원유도입 확대·포트폴리오 다각화…외부 변수 견디는 체질 개선 평가
[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정유화학사들의 2분기 실적을 발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이 업계에서 유일하게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 정유화학업체들의 2분기 실적부진이 꾸준히 전망돼왔고, 실제로 대부분 업체들이 정제마진 악화 및 에틸렌 가격 약세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상황에서 SK이노베이션은 업계 추정치를 40% 상회하는 호실적을 기록하며 업계의 자존심을 지켰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업계의 실적 어닝 쇼크 행진 속에서도 전통 사업인 석유 사업에서만 영업익 2793억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 선방을 주도했다.
업계에선 SK이노베이션의 석유사업 선방이 미국산 원유 도입 비중 확대를 통한 특히 원가 절감의 효과로 분석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측은 지난달 26일 컨퍼런스 콜을 통해 “중동산 원유 OSP 증가로 미국산 원유 비중을 20%까지 늘렸다”고 밝힌 바 있다. 트레이딩 부문 판매량 증가도 전분기 대비 620억원 가량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의 이같은 호실적은 사업, 수익 구조 개선을 통한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성과인 비정유 사업 효과로도 분석된다. 화학, 윤활유 등 비정유 사업이 전체 영업익의 52%인 2627억원을 기록했다. 화학 제품은 원료로 쓰이는 경우가 많아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에 일정 수익이 보장된 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SK이노베이션이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헤럴드] |
SK이노베이션은 석유사업 성장 정체에 대응해 2011년 이후 4조7000억원 이상을 화학 사업에 투자하며, 외부 변수에도 흔들림없는 체질 개선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주주환원을 위한 배당 정책도 꾸준히 시행 중이다. 2017년 창사 이래 첫 시행을 시작으로 올해도 주당 1600원의 중간배당을 시행한다. 최근 배터리 사업에 대한 공격적 투자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도 배당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주친화 경영방침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하반기 시황은 불확실하지만 배당 정책은 꾸준히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에 이어 하반기 실적에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 기준 정제마진이 배럴당 7.4 달러까지 상승했는데, 월간 기준 7달러 선을 넘은 것은 작년 3월 이후 16개월 만이다. 업계에선 최근 정제마진 급등세로 상반기 실적 부진을 기록한 석유업계가 하반기 반등의 모멘텀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 시행되는 선박유 환경 규제인 IMO2020 효과도 호재다. 삼성증권은 “3분기 하순부터 선박 연료탱크 교체작업 및 벙커링 터미널 연료교체로 인한 IMO 2020 효과가 본격화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미국 에탄크래커(ECC) 가동에 따른 제품 공급량 확대가 전망되는 화학업계와는 대비되는 분위기다.
SK이노베이션이 강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배터리 사업에 대한 가치도 곧 반영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2017년 이후 단행한 배터리 집중 투자 결과, 연말까지 20GWh에 육박하는 배터리 셀 생산 규모를 확보하게 된다. 2020년 상반기 상업 가동에 돌입하게 되면 현재 8위인 글로벌 시장점유율도 5위까지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최근 미국화학학회 ACS가 발행하는 화학전문잡지인 C&EN 리서치의 글로벌 화학기업 순위에서 SK이노베이션은 매출 기준 34위에 랭크됐다. 지난 2016년 46위를 기록한 이후 2년만에 12계단이나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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