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 생산장비 대체는 ‘난제’
-사태 장기화땐 악영향 불가피
-철강은 장기적 대일거래 위축 가능성
자동차 생산 라인. [연합] |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일본의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으로 각 업종별 영향이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 업계는 상대적으로 국산화율이 높은 업종이어서 단기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생산라인의 일본산 장비나 자동차 제조에 들어가는 3만여 부품을 모두 국산으로 대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사태 장기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가 만드는 자동차의 부품은 95% 정도를 국내 협력사로부터 조달하고 있어 일본의 수출규제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제외 방침을 밝힌 이후 구매 파트 등에서 일본산 부품 사용 현황과 대체 공급선 등을 파악하고 대처해왔다”며 “현재로서는 부정적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 가운데 르노삼성차의 일본 부품 의존도가 비교적 높지만,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에 따른 생산체계로 내부 공급망에 변화는 없을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부품업계도 일본 의존도를 꾸준히 낮춰왔기 때문에 당장 타격은 없다는 입장이다. 부품업체 단체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본산 부품과 소재는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실제 부품업계는 동일본대지진 이후 생산에 필요한 일본산 부품·소재 재고는 6~12개월 분량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탄소섬유가 전략물자에 포함돼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차(FCEV) 넥쏘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는 사실과 거리가 먼 것으로 파악됐다. 넥쏘의 수소탱크를 공급하는 일진복합소재는 “수소탱크용 탄소섬유는 도레이첨단소재의 구미 공장에서 생산된 것을 사용해 국내에서 조달한다”고 했다.
하지만 내연기관 자동차 1대의 부품은 3만개에 이르며 1, 2, 3차 협력사 체제로 일본산을 완전히 국산화하거나 다른 국가에서 조달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자동차 공장의 생산라인에 일본산 장비가 많아 사태 장기화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현대차그룹 생산라인의 공정 제어장치인 PLC는 과거 협력 관계였던 미쓰비시 제품들이다.
현대·기아차는 일본산 생산설비를 대체할 수 있는지 내부 조사에 착수했으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철강업계 역시 당장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한일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미중 무역분쟁과 맞물려 전반적인 경기 위축을 가져와 기업활동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업계는 이번 조치가 한국과 세계 수출입에 미칠 영향에 더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철강·금속 전체 수출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10.3%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수입뿐 아니라 비관세장벽 등을 통해 한국산 제품의 대(對)일본 수출까지 어렵게 한다면 철강사의 영업활동 지장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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