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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문화 혁신’ 선도하는 SK그룹…임원직급 폐지-공유오피스 등 ‘신바람’
- ‘전무·상무’ 직급 호칭 없애고 본부장·실장으로
- 공유오피스 도입으로 ‘일하는 방식 혁신’
- 일각에선 “아직 낯설다”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6월 3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열린 사회적가치연구원 이전 개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SK 제공]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임원도 승진이 있기는 하지만 이제는 그 사실을 본인만 알죠. 임원 간에도 워낙 위아래가 분명했는데 수평적인 조직으로 만든다는 게 목표입니다.” (SK그룹 A 팀장)

“공유오피스가 직원들의 사기와 창의력을 올려 주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관리자로서는 다소 불편한 점도 있기는 합니다.” (SK그룹 B 임원)

SK그룹이 수평적 조직문화 확산을 위해 유·무형의 ‘혁신’을 불어넣고 있다. 기존 대기업의 관습에서 벗어나 유연하고 평등한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어 ‘근본적인 사업 혁신(딥 체인지·Deep Change)’으로까지 귀결시키고자 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철학이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SK그룹은 이미 시행 중인 변화를 바탕으로 계속해서 조직문화에 혁신을 더해간다는 계획이다.

5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이달부터 국내 대기업 최초로 전무와 상무 등 임원 직급을 폐지하고 직책 중심 인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임원 직급을 호칭으로 사용하는 대신 ‘본부장’ ‘실장’ 등의 직책으로 부르기로 했다. 직책이 없는 임원은 ‘부사장’으로 통일하고, 임원끼리는 상하관계가 아닌 동급으로 간주해 평등한 의사결정구조를 장려한다.

임원 내 직급이 폐지되면서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하는 등의 대외적인 인사 공표는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새로 임명되거나 대표이사를 정할 때만 발령내고, 직책이 바뀔 경우에는 전보 등으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한 SK 계열사 팀장은 “임원으로 지내는 동안 승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본인만 그 여부를 알 수 있게 바뀌었다”며 “임원에게 성과에 따른 보상이라는 동기부여를 하면서도 근본적으로 평등한 의사결정구조를 만들려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SK 주요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은 팀장 직책을 없애고 PL(Professional Leader)이라는 호칭을 도입했다. 팀 조직의 경계를 허물고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애자일(Agile·민첩한)’ 조직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또 SK텔레콤은 지난해부터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직급 대신 이름 뒤에 ‘님’을 붙이는 방식으로 호칭을 개편한 바 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SK 서린사옥 공유오피스의 휴게공간 [이세진 기자/jinlee@heraldcorp.com]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은 하드웨어 방면에서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구성원의 업무 일상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업무공간을 ‘공유오피스’로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공유오피스는 구성원들이 지정된 자리가 아닌 날마다 원하는 좌석을 자유롭게 선택해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한 사무실이다.

SK이노베이션 본사가 있는 서울 종로구 서린사옥은 지난 4월 공유오피스 리모델링 1차 공사를 마치고 일부 공간을 오픈했다. 서린사옥 공유오피스는 모니터가 설치된 책상과 회의실로 구성돼 업무를 지원하는 ‘포커스 존(Focus Zone)’, 다른 사업부지만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임직원끼리 같은 구역에서 근무하도록 배치된 ‘펑션 존(Function Zone)’ 등 다양한 성격의 공간으로 구성됐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 2월 서울 종로구 소재 센트로폴리스 빌딩에 구축한 ‘5G 스마트오피스’를 공개했다. 5G를 통해 직원들은 홀로그램 입체 영상과 같은 대용량 데이터를 원거리의 파트너에게 전송하거나 실시간으로 협업해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SKC도 본사 5개층을 스마트오피스로 만들고 지난 3월 종로구 본사에서 스마트오피스 출범식을 열었다.

회사 관계자는 “팀별 지정좌석제였던 기존에는 다른 팀원들과 소통할 기회가 없었는데 공유오피스 도입 이후 다른 팀과 마주치고 교류할 수 있는 접점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아직 낯설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공유오피스에 대한 관리자와 일반 직원 간의 온도차이도 느껴진다.

SK 고위 임원은 “함께 일하는 팀원들이 모여있지 않고 일하는 동안 눈에 보이지 않으니 직관적인 업무 지시나 신속한 대응 면에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면도 있다”면서 “첫 시행인 만큼 애로사항이 적지 않지만 적절한 보완을 통해 새 조직문화를 완성해나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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