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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日 비난전 자제 냉정 대처…외교적 물밑접촉 노력을”
‘경제 전면전’ 전문가 긴급진단
일본 ‘추가조치’ 명분 제공 말고
양국 신뢰회복 최우선 과제로
국내 대기업-중기 공동기술 개발
핵심 소재·부품 국산화 이뤄내야

일본 정부가 지난 2일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국인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하면서 한일갈등이 경제 전면전으로 치닫자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의 자유무역 훼손 조치를 마땅히 비판해야 한다”면서도 “감정싸움으로 확전할 것이 아니라 냉철한 대응으로 물밑 접촉을 통해 신뢰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게 되면 전략물자 1100여개 품목이 포괄허가 방식에서 개별허가로 전환돼 통관절차가 까다로워진다. 일본 정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시행령을 오는 7일 공포하고 21일 후인 이달 28일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이경묵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아직까지 수출금지 품목은 나오지 않아 흥분할 단계가 아니다”며 “냉정을 되찾고 철저하게 실리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교수는 “경제전쟁은 영토전쟁과 달리 이겨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명확치 않아 승리했다고 해도 우리 기업과 근로자들이 흘린 피에 상응하는 이익이 돌아오지 않는다”면서 “사태가 장기화하면 일본 보다 우리나라가 더 큰 손해를 보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사태 해결을 위해 “(우리 정부가)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상응 조치를 취한 후에는 일단 휴전을 제안하고 미국이 중재에 나서도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일본이 우리에게 한 이상의 조치를 취하면 일본은 더 센 무기를 들고 나오고 우리도 그에 반응하는 비합리적 몰입의 상승이 일어나 손해가 커진다”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는 미국의 중재를 이끌어내는 협상용 무기로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상황이 악화하면 일본이 수출규제 품목 범위와 비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면서 “일본이 자유무역을 훼손한 조처에 대해서는 비판해야 하지만 우리도 유사한 입장으로 일본이 추가적인 조처를 가할 명분을 제공함으로써 양국이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지 않도록 각별히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호 비난전을 자제하고 물밑 접촉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반기 양국의 외교적 만남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상무)은 “한일 갈등이 역사에서 경제, 안보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그 어느 때보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정치 지도자의 냉정한 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선 외교적 해법밖에 없다”며 “하반기 APEC(아-태 경제협력체) 등 양국 정상이 만날 기회가 있다. 그 만남의 기회를 잘 살리려는 노력을 실무급에서부터 각별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양국 갈등이) 해결보다 경색국면으로 진행될 것”을 우려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공급처 다변화가 현재로선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궁극의 해결을 위해서는 국가간 외교적 노력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주력산업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규제장벽을 없애고, 대기업으로서 사업하기 힘든 한계를 해소시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국내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을 만들어온 상황에서 부품이나 소재를 대체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문제”라면서도 “이런 부분을 감소하고서라도 현재로서 기업이 할 수 있는 것은 다각적인 수입 다변화와 함께 새로운 부품업체를 찾고 그 역량을 강화시키는 노력도 병행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원석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팀장은 “회원사 피해 최소화를 위해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중에 있다”면서 “현재 업종별 단체들과 연계해 설명회 개최 등 정확한 정보공유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소재·부품 분야에서 일시적인 지연(time-leg)을 감수하더라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수평적 상생협력체계를 바탕으로 공동 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20년 전에도 소재·부품 장비산업 국산화를 강조했지만, 수입처 등 중간 라인을 바꾸는 일이 쉽지 않다보니 (일본 수입 소재·부품을) 대체하지 못했다”며 “구매조건부 기술개발 등의 방식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해 소재·부품 국산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계는 특히 대기업과의 수평적 협력이 기술개발의 선결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대기업,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개발한 제품에 대해서는 대기업이 구매해주는 시스템이 반드시 작동되고 갖춰져야 한다”고 밝혔다.

산업섹션/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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