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색국가 개정안 공포하면서 개별허가 품목은 확대 안해
- 중국 삼성전자 법인에 에칭가스 수출 허가
- 28일 시행일까지 한국 반응 보겠다는 포석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광복절 메시지 변수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한국에 대해 강경 일변도로 일관하던 일본 정부에 미묘한 기류 변화가 일고 있다. 지난 7일 한국을 백색국가(수출절차 간소화 대상국)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한 일본 정부는 당초 예상과 달리 지난달부터 수출을 제한한 반도체 소재 3개 품목 외에 추가로 개별허가 품목을 지정하지 않았다.
한 발 더 나아가 수출 제한 3개 품목 가운데 일본 기업이 허가를 신청한 수출 1건을 허가했다고 산케이신문이 8일 보도했다. 또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도 이날 “일본 정부가 수출 관리를 엄격화한 반도체 재료 3개 품목에 대해 조만간 수출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정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이날 일본 정부가 최근 중국 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대상으로는 수출 제한 3개 품목 중 하나인 에칭 가스 수출 허가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수출 제한 조치가 한국을 향한 경제 보복이 아니라는 기존의 명분을 강화시키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양국간 치열하게 전개되는 공방전 속에서 한 발 뒤로 물러서 한국의 대응에 따라 조치의 수위를 조절하기 위한 ‘명분쌓기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에 대한 한국 측의 파기 통보 시한이 24일로 예정된 만큼 한국의 대화를 유도하고, 한국의 반응에 따라 공세 수위를 조절하겠다는 의사로 보인다.
산케이는 이날 “수출 절차를 엄격히 한 이후 수출 허가 신청이 있었던 한국 기업에 대한 계약 1건에 대해 일본 정부가 지난 7일자로 허가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해당 품목은 반도체 기판에 바르는 감광제인 레지스트라고 전했다. 산케이는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앞으로 심사를 통과한 거래에는 수출 허가를 내주는 한편 한국에 관한 수출관리를 둘러싸고 새롭게 부적절한 사안이 판명되는 경우에는 개별허가 신청의 대상 품목을 3개 품목 이외로도 확대해 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4일부터 반도체 제조 등에 사용되는 폴리이미드, 불화수소, 레지스트를 대해 수출 건별로 개별허가를 받도록 변경했으며,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이 가운데 개별 허가가 나온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닛케이도 이날 “일본 정부가 수출 관리를 엄격화한 반도체 재료 3개 품목에 대해 조만간 수출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정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허가할 품목이나 수출업체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닛케이는 이번 허가가 일본의 경제보복이 아니라는 입장을 대변한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수출관리 엄격화에 대해 ‘금수조치’는 아니라고 설명해왔다. 이에 따라 “일부 허가가 나오면 지금까지의 주장을 뒷받침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아울러 경제산업성은 심사절차에 90일 가량이 소요될 것이라고 해 일본 기업들도 까다로워진 절차로 고충이 있었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닛케이는 덧붙였다.
이어 이날 일본의 한 기업이 이달 5일께 일본 정부로부터 삼성전자 시안(西安) 공장에 에칭 가스를 수출할 수 있다는 허가를 획득한 소식이 전해졌다. 이 기업은 지난 6월 중순 일본 정부에 수출 신청을 했고 이번에 승인을 받았다. 삼성전자 시안공장은 중국에 등록된 법인이지만 일본 정부가 지난달 수출 통제에 들어가고 나서 한국 반도체 기업을 상대로 에칭 가스 수출 허가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치로 업계에서는 향후 중국 지역 내 한국 기업들의 생산 시설을 대상으로 한 일본 기업의 수출은 이전과 크게 변함없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본의 대응 방식에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는 데 외교계와 통상계에서는 일본이 한국의 입장 표명에 따라 행동의 명분을 쌓기 위한 조치라 해석한다. ‘공’을 한국으로 넘긴 셈이다. 실제 한국이 백색국가에서 일반국가로 전환되는 시행일 28일까지는 다양한 변수가 상존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일(對日) 메시지가 예상되는 광복절(15일)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에 대한 한국 측의 파기 통보 시한(24일)이 곧 다가온다. 이 때 한국이 일본을 자극할 수 있는 강경 일변도의 메시지가 나올 경우 일본의 경제 보복 확대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일본이 대응 수위를 조절하면서 한국으로 하여금 입장변화를 유도하는 전략을 취하는거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라며 “일본은 결국 우리 대법원 판결에 대해 양국이 논의를 하고 싶은게 최우선인 만큼,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사태가 더이상 악화하지 않는 선에서 한일 관계를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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