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여파 수요 부진
셰일혁명으로 공급 과잉 이중고
롯데케미칼 영업이익 51% 감소
“시황 개선 어려워 부진 장기화”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미·중 무역분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에 몸살을 앓고 있다.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가격이 10년 내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등 업황 전반이 침체되면서 국내 주요 화학기업들의 실적이 급전직하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까지 이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며 실적 부진 장기화를 전망하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화학기업의 실적 바로미터가 되는 에틸렌 가격은 6월 말 기준 톤당 761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톤당 1380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최근 10년래 에틸렌 평균 가격은 1142달러였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석유 수요 부진까지 더해지며 나프타 가격이 오르자 화학제품 제품 마진 마저 축소됐다. 이는 곧바로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원재료 나프타 가격을 뺀 금액)도 1년 만에 711달러에서 245달러로 급락해 300달러 선인 에틸렌 손익분기점을 밑돌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초호황기가 지속돼 실적을 견인하던 효자 품목이었던 에틸렌 가격이 무너지면서 올해 화학업계의 최대 고민거리가 된 것이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등 국내 대표 화학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반토막 가까이 떨어진 것도 이때문이었다.
LG화학의 2분기 영업이익은 267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동안 62% 급감했다. 석유화학부문에서 주요 제품 스프레드 악화로 영업이익이 감소한 가운데 전지부문에서의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로 인한 비경상 손실까지 맞물렸다.
같은 기간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은 50.6% 줄어들었고, 한화케미칼 또한 47.1%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석유화학 시황이 개선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실적 부진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다. 수년간 진행돼 온 북미 셰일가스 개발로 에틸렌 공급이 급증한데다 앞으로도 상당 규모의 증설이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수요 마저 부진해 가격이 계속해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하반기에도 세계 시장에서는 상당량의 크래커 증설이 이뤄질 예정이다. 생산능력 기준으로 전 세계 생산능력의 4.5%인 800만 톤 증설이 계획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화학사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과 경기지표 둔화, 지정학적 우려 등으로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화학업계가 2013년 이후 최악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정세가 업계에 매우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희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지표 부진 영향으로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화학 업황의 둔화세가 뚜렷하다”며 “하반기에도 수요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업황 개선 여부는 미지수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세진 기자/jin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