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車는 10위권 밖…이스라엘 역사적 아픔에서 비롯된 ‘불매’ 여파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촉발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와 비슷한 아픔을 지닌 이스라엘 국민들의 자동차브랜드 선호도에 관심이 모아진다.
13일 자동차데이터전문업체 마크라인스(Marklines)에 따르면 차량 판매대수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이스라엘 자동차 시장 내 불변의 판매량 1위는 현대자동차였다.
현대차는 지난해 전년(3만6781대) 대비 4.5% 증가한 3만8423대를 판매하며 6년 연속 왕좌를 놓치지 않았다. 같은 기간 시장점유율도 15.7%에서 16.7%로 1%포인트 높아졌다.
지난달에도 이스라엘 시장에서 3826대의 실적을 올리며 1~7월(3만285대) 점유율 1위를 차지한 현대차는 일찌감치 3만대 고지를 넘어서며 올해도 전년 대비 증가세를 예고했다.
맏형 현대차에 이어 기아차도 2위에 자리매김했다. 전년(3만5663대) 대비 판매량이 0.4% 감소하긴 했지만 3만5524대를 판매하며 도요타(3만5524대)를 4년 연속 제쳤다. 그 뒤를 ▷스코다 ▷닛산 ▷스즈키 ▷마쯔다 ▷미쯔비시 등 일본차 브랜드들이 줄줄이 이었다.
약진에 약진을 거듭하는 아시아 브랜드와 달리 글로벌 시장에서 ‘명차’로 이름높은 독일차 브랜드는 이스라엘 시장에서 유난히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3년 10위(8451대)에 자리매김하며 이스라엘 내 독일차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던 폴크스바겐은 2017년 14위(7043대), 지난해 15위(5859대)로 갈수록 판매량과 순위가 떨어지는 추세다. 지난해 4015대를 판매하며 18위에 오른 아우디도 몇년째 20위권 안팎을 헤매고 있다. 프리미엄 자동차의 ‘대명사’ 메르세데스-벤츠도 지난해 3599대가 팔리며 아우디보다 낮은 19위를 기록했고, BMW는 3312대의 실적으로 20위에 이름을 걸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 내 독일차의 부진이 역사적 아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 국민들이 독일 나치 정권에 핍박받았던 ‘과거’를 잊지 못한 상황이 나치 치하에서 부역했던 벤츠, 폴크스바겐을 비롯한 독일차 브랜드 구매 거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나치의 유대인 핍박이 보이지 않게 작용하며 독일차에 대한 수요가 높지 않은 가운데 가성비를 강조한 현대·기아차의 차량들이 이스라엘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결과”라며 “특히 현지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신차를 적시에 투입한 것도 점유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이 이스라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도 현지 판매에 시너지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7월 국빈으로 한국을 방문한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을 만나 신산업 협력 확대를 약속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은 이스라엘과 유사한 아픔을 겪은 국내와는 대조된다. 일본차 브랜드들은 불매운동으로 제동이 걸리기 전인 올해 상반기까지 수입차 시장 점유율 20%를 돌파하는 등 한국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왔다. 지난해 도요타의 한국 시장 매출만 1조2000억원으로 3년 새 2배 가량 증가했고, 혼다코리아도 같은 기간 매출이 119% 급증하며 전체 수입차 브랜드 매출 순위 7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스라엘과 한국의 차이는 또 있다. 가해 국가의 진정 어린 사과의 유무다. 외국인노동자 노역에 연루됐던 독일 기업들이 머리를 맞대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 재단(EVZ)’을 설립, 독일 정부와 함께 100억 마르크(약 8조4000억원)를 출연해 배상기금을 조성한 것과 달리 일본 기업은 이를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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