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쇄도에 판매 개수 제한도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여파로 일본에서 PC용 D램 메모리 부품 가격이 한 달 새 2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가 지난달 4일 한국으로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를 본격화하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업체의 D램 공급이 줄어들 것이란 불안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메모리 부품 매장에서는 품귀현상도 발생해 1인당 구매 개수를 제한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도쿄의 대표 전자상가인 아키하바라 매장에서 PC용 D램(DDR4 8GB·2개 1세트)은 한 달 전보다 10~20% 오른 8000~9000엔(9만2500~10만4100원)에 팔리고 있다.
일본 전자 소매상에서 팔고 있는 D램은 메모리 부품으로, 게임이나 영상·디자인 작업 등 고화질 이미지를 재생할 때 PC에 추가 설치해 주로 쓰인다. 메모리 부품 가격이 오른 주 원인은 D램 현물가격 상승이 꼽힌다. D램 현물가격은 지난 한 달 새 20%가량 상승했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현물가격은 지난 7월에만 24% 상승했다. 특히 일본의 수출규제 발동 이후 일주일만에 15%나 오르기도 했다. 이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끝난 후 1년여 공급과잉으로 가격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시점에서 나타난 이례적 급상승이었다.
닛케이는 “대(對)한국 수출관리 강화를 계기로 한국 반도체 업체의 D램 공급이 지연된다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며 “D램 가격 강세가 메모리 부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게임용 고사양 D램 수요가 증가한 것도 가격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달까지만해도 가격 견인은 일본의 기습적인 수출규제에 따른 일시적인 공급 감소 가능성에 대비해 일부 부품업체들이 재고비축을 위해 사들인 영향이 컸지만 이달들어서는 게이머들까지 본격 가세했다.
지난달 미국 반도체 업체들이 게임용 고성능 CPU(중앙처리장치)와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잇따라 출시한 것이 게이머들의 고사양 메모리 부품 구매 의욕을 끌어올리고 있다.
닛케이는 “메모리 부품은 ‘e스포츠’로 불리는 게임용으로 수요가 왕성한데, 한일 충돌이 게이머들에게 뜻밖의 파문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전자매장 관계자는 “지난 7월 중순 이후 처리 성능이 높은 모델을 중심으로 품절사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더 오르기 전에 사두려는 고객이 많아 1인당 판매 개수를 제한하는 매장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BCN의 모리 에이지(森英二) 애널리스트는 “게임용 수요가 늘고 있는 정점에서 한국 수출관리 강화 여파가 나오고 있다”며 “메모리 부품 품귀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