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종영된 SBS 드라마 ‘녹두꽃’. [SBS ‘녹두꽃’캡처] |
[헤럴드경제=이운자 기자] ‘녹두장군’ 전봉준(1855~1895)을 밀고한 밀고자의 고향을 놓고 한 TV 드라마 대사가 방영되면서 그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해묵은 논란이 다시 재점화될 조짐이다.
지난 7월 13일 종영된 SBS 드라마 ‘녹두꽃’에서 “전봉준 장군을 밀고한 김경천의 고향이 순창이다”라는 대사가 포함된 부분이 방영됐다.
드라마가 방영되자 순창군은 발끈했다. 순창군은 “‘김경천의 고향이 정읍 덕천면’이라는 내용이 정읍군지, 갑오동학혁명사, 동학농민전쟁 연구 자료집 등 검증된 연구 저서에 기록되어 있다”며 방영내용 정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SBS 측에 보냈다.
군은 또 드라마 홈페이지 내 김경천 소개 부분뿐 아니라 허위사실 내용을 바로잡기 위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을 요구하는 조정신청서까지 냈다.
정봉준 장군을 밀고한 것으로 알려진 ‘밀고자’ 김경천의 고향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하다.
관군에게 밀리던 전봉준이 1894년 말 순창군 피노리를 택한 것은 옛 부하 김경천이 이 마을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약한 성품의 김경천은 전봉준이 고부 접주(동학의 지역단위 책임자)로 있을 때 집사 일을 보며 그를 도왔던 인물로 현상금에 눈이 멀어 밀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순창군 쌍치면 피노마을에 세워진 ‘전봉준 장군 피체(被逮:남에게 붙잡힘) 유적비’에는 ‘정읍 출신 김경천의 밀고로 전봉준 장군이 체포된 곳’이라고 적혀있다.
2005년 피체 유적비가 세워질 당시 정읍시민대책위는 “동학농민혁명의 발상지인 정읍의 자긍심에 찬물을 끼얹는 처사”라며 순창군에 정정을 요청하기도 했다.
박재순 순창문화원 사무국장은 “관광객들이 김경천의 고향을 순창으로 오해했기 때문에 피체 유적비에 고향을 부각한 것으로 안다”며 “주민들은 전봉준 장군이 순창에서 잡혀간 것만으로도 오욕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동학 연구가인 박맹수 원광대 총장의 판단은 다르다.
박 총장은 “당시 공식기록인 관찬 사료를 보면 김경천에 의해 전봉준 장군이 붙잡혔다는 내용이 전혀 없다”며 “기록에는 사인(士人) 한신현이 전봉준 장군을 체포했다고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경천은 밀고자’라는 전해지는 이야기와 야사를 정사로 단정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며 “인맥조직인 동학농민혁명군의 특성상 부안군과 고창군, 정읍시 출신 등이 합해져 있는 만큼 부목군현(府牧郡縣:조선시대 행정구역 단위)식으로 농민군을 구분해서 이해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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