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냉경열(政冷經熱)→정냉경냉(政冷經冷)’ 위기로 변질
- 삿포로맥주 판매 70%↓ㆍ홋카이도 등 관광산업 피해
- 닛케이 “한일 관계악화 막는 것이 양국 지도자의 의무”
지난 6월 말 일본 오사카 G20 회의에서 8초 간의 악수 후 지나친 한일 두 정상.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문재인 대통령. |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일본내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와 관련해 경제영향 등을 고려해 대일(對日) 비판을 자제했다면서도 여전히 양국 갈등 해소 조짐은 보이지 않아 정치와 경제가 모두 위기로 치닫는 최악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는 진단과 함께 지금이라도 양국이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16일 한일 관계가 과거에는 정치적 대립이 생겨도 ‘정냉경열(政冷經熱·정치마찰에도 경제는 탄탄)’ 기조를 유지했지만 이번엔 ‘정냉경냉(政冷經冷)’ 위기로 치닫고 있다고 우려했다.
신문은 2000년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2012년 이명박 대통령 시절 독도 영유권 분쟁을 언급하면서 “한일관계 악화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양국 경제가 크게 흔들린 적은 없었다”며 “그 동안은 일본 기업이 부품을 공급하면 삼성전자 등이 완제품을 생산하는 수평 분업이 확립되고 한국으로부터의 방일 관광객이 증가하는 등 ‘경제가 탄탄했기 때문에 정치가 안심하고 싸울수 있었다(전(前) 일본 외무성 관계자)’지만 이번엔 양상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특히 한일 수출관리 강화로 양국간 무역과 투자, 인적교류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한국의 불매운동으로 일본 기업의 제품 판매와 관광업 등 타격이 가시화하고 있다. 한국에 진출한 일본의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는 불매운동 장기화에 대비해 매장의 재고조정에 착수했고, 삿포로맥주의 지난달 한국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70%나 줄었다. 올 상반기 한일간 무역액 역시 전년동기 대비 10% 감소했다.
일본 관광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인이 즐겨 찾는 홋카이도와 규슈, 오키나와 지방은 잇단 항공편 운휴와 감편, 호텔 등 예약 취소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들 지역은 한국 관광객이 방일 외국인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닛케이는 “작년 기준 홋카이도 방문객 33만명 중 절반 가까운 13만~15만명이 한국인이었다”면서 “최근 한국인의 예약이 급감해 현지 관광산업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고 전했다
또 우리 정부의 일본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제외와 관련해 일본내 화학·정유업계는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일본 산업계 전반적으로는 한국의 수출관리품목에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가 포함되지 않아 영향이 미미하지만, 일부 관련 업계에서는 사태가 장기화하면 공급선 다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화학비료의 주원료로 폭발물에도 사용되는 질산 암모늄의 경우 일본의 한국 의존률은 70% 달한다. 일본 비료 업체들은 통상 2~3개월분의 재고를 유지하고 있지만 사태 악화에 대비해 중국과 러시아를 통한 조달도 검토하고 있다. 등유 역시 겨울철 일본내 판매량의 20% 가량을 한국에 의존하고 있다. 일본 2위 정유회사 이데미쓰코산(出光興産)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닛케이는 사설에서 “징용공 판결 및 수출관리 강화에 따른 외교 마찰이 심해지면서 경제·안보부터 관광, 문화, 스포츠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간과할 수 없다”며 “대립을 시민레벨까지 확대하지 않기 위한 냉정한 대응이 한일 쌍방에 요구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양국은 과거에 역사문제로 충돌해도 경제분야 교류는 지속돼 마찰이 피해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왔다”며 “한일 대립이 지금 이상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양국 지도자의 의무”라고 역설했다.
한편 아사히신문과 교도통신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대해 “역사문제에 대한 비판을 삼가하며 아베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면서 “경제영향과 과열된 대일(對日)감정을 진정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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