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 동해공장에서 생산 과정을 모두 거친 뒤 턴테이블에 감겨 있는 해저케이블 모습.[LS전선 제공]

[헤럴드경제(동해)=유재훈 기자] 전력과 통신을 위해 최대 수심 1000m 이상의 바다속에 깔려 대륙과 대륙, 육지와 섬을 잇는 해저케이블은 케이블 분야의 최고 수준 기술력을 요하는 '케이블의 꽃'이다.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의 업체들만이 생산, 부설능력을 가진 높은 진입장벽을 넘어야 하는 미래 산업이다.

특히 지구촌 각국에서 부는 신·재생에너지 붐을 타고 해상풍력발전의 수요가 늘어나며 전력을 육지로 보내는 데 필요한 해저케이블 시장이 각광받고 있다.

최근 방문한 LS전선 동해사업장은 국내 최대규모의 해저케이블 생산공장으로 아시아 최대 생산량을 자랑하는 설비를 갖추고 있었다.

동해항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위치한 동해사업장은 22만㎡, 축구장 27개 규모의 부지에 2008년 완공됐다.

LS전선 동해공장 전경. 갱 웨이(Gang Way)를 통해 연결된 동해항을 통해 생산된 해저케이블 선적이 이뤄진다. [LS전선 제공]

LS전선은 당시 유럽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해저케이블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당시로선 도박에 가까운 전략을 세웠다.

이를 위해 사업수주도 이뤄지기 전부터 동해사업장 생산설비를 준비했고, 이듬해인 2009년 진도-제주간 해저 전력망 사업 초도 수주에 성공하며 해저케이블 시장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특히 1980년대 해저케이블 시장에 뛰어든 일본 업체들이 자국내 시장에 집중하며 답보를 거듭한 사이 LS전선은 과감한 투자와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아시아 최고 해저케이블 업체 타이틀을 달고 글로벌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해저케이블은 최대 수백㎞ 거리의 해상을 가로질러 대용량의 전력을 보내야하고, 해류와 염분 등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발휘해야하기 때문에 최고 수준의 기술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때문에 송전급 해저케이블 생산은 글로벌 전선 기업 가운데서도 5~6곳만이 생산 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LS전선은 2012년 국내 업체 최초로 대용량 송전이 가능한 초고압직류송전선로(HVDC) 개발에 성공한 이후 글로벌 각국의 슈퍼그리드 사업 증가에 따라 관련 시장 진출에 매진하고 있다.

HVDC 기술은 기존의 교류방식인 AC송전선에 비해 전력 손실이 적고, 전력계통의 안정도가 월등해 글로벌 업체들의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LS전선은 현재 500K급 개발과정에 있는데, 유럽 일부 업체들은 525K급까지 개발이 이뤄진 상황이다. 후발주자로서 아직은 추격자의 위치에 있지만, 시장에서 범용으로 사용되는 HVDC제품에서의 케이블 가공, 제조 기술만큼은 선도업체에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한다.

김원배 LS전선 에너지사업본부 생산부문장은 “안정성과 환경성이 탁월한 XLPE(고분자폴리에틸렌) 500K급 HVDC는 오는 2021년 개발이 완료될 것”이라며 “세계 최대 용량·최장 길이 초전도 케이블 실증 등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했다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LS전선 동해공장에서 생산된 해저케이블이 해외 수출을 위해 운반선에 선적된 모습.[LS전선 제공]

이같은 생산시설을 갖추기까지는 말그대로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동해사업장 관계자는 전했다.

생산라인 형태만으로도 제품 라인업과 생산 가능량, 작업 공정 등을 대부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업체들의 보안이 치밀한 탓이다.

동해사업장 관계자는 “인터넷 등을 통해 힘들게 구한 경쟁업체 설비 사진을 수십 수백번 뜯어보고 이를 분석해 생산라인을 갖추고 업그레이드하는데 참고했다”며 “이를 통해 케이블 핵심 생산설비인 수직연합기를 자체제작했고, 최대 직경 240㎜의 해저케이블 200㎞를 감아낼 수 있는 1만톤급 턴테이블을 보유하게 된 것에는 자부심이 크다”고 설명했다.

LS전선의 시선은 생산라인 증설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글로벌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에 맞춰져 있다. 동해사업장 바로 옆 10만4000㎡ 규모로 증설되는 제2공장 부지에선 터닦기 공사가 한창이다.

HVDC 해저케이블 등 초고압 케이블을 주로 생산하게 될 제2공장이 오는 2020년 예정대로 완공되면 동해공장의 생산능력은 현재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igiza7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