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갈등 간접적 중재 의사표명으로 해석…미국 중재자 역할 주목
-일본 반도체 소재 수출 두번째 수출 허가…양국 갈등 파국서 일대 전환 기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는 20일 “한국과 일본 양국 간의 수출 규제 갈등의 원만한 해결은 양국 뿐 아니라, 한·미·일간의 외교안보, 지역평화 측면에서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해리스 대사의 이같은 언급은 한·일 양국간 갈등에 대한 간접적인 중재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해리스 대사는 이날 오전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진행된 국내 30대 그룹 주요 기업인들과의 비공개 조찬간담회에서 한·일 양국 간의 수출 규제 갈등의 원만하고 조속한 해결을 기대했다.
이번 간담회는 미 대사 측에서 전경련을 상대로 국내 기업들과 만나 일본 수출 규제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밝히는 동시에 국내 기업인과의 의견 교환의 시간을 갖고 싶다는 요청에서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리스 대사는 또 “(각종 소재·제품들의)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 측면에서도 빨리 해결되는 게 좋다”면서 “한·일 양국간 기업인들끼리도 대화를 통해 문제를 빨리 해결해 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는 미 대사 측에서 먼저 요청한 것으로 전해져 파국으로 치닫던 한국과 일본의 갈등에 대한 미국의 중재자 역할론이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양국 간의 갈등에 거리를 두며 중립적인 스탠스를 취해왔다.
특히 이번 간담회는 형식 측면에서 이례적인 행사로 평가되며, 시점 또한 의미가 남다르다는 분석이다. 미 대사 측에서 먼저 간담회를 요청한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한·일 갈등 현안에 대해 직접적으로 의견을 표명키로 한 점도 주목된다.
간담회가 이뤄진 이날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시한(8월24일)과 화이트 리스트 배제 조치 시행일(8월28일)이 임박한 시점으로, 21일 중국 베이징에서는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예정돼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외교적 해법을 강조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이날 재계에선 한·일 양국간 갈등에 대한 미국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하는 목소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해리스 대사는 수출 규제 문제는 양국 간의 문제인 만큼 미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는 곤란하다는 원론적 입장을 전했다.
한편, 이날 일본 정부는 삼성전자로부터 최근 주문을 받은 자국 포토레지스트 생산업체의 수출 허가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는 지난달 4일 수출규제를 발동한 이후 한달여 만인 이달 초 포토레지스트 수출을 처음 허가한 데 이어 두번째다. 해당 물량은 약 6개월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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