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 근로자 1000명당 평균근로손실일수, 韓 43.4일 vs. 日 0.2일
“노사간 균형을 위한 경영계 방어권 보장돼야”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일본은 쟁의행위 시 대체근로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고, 파업기간 중이라 도 조업을 계속하기 위한 대항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최고법원 판시가 있어 우리나라와 달리 ‘파업기간 중 조업의 자유’를 전면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의뢰해 분석한 ‘쟁의행위 시의 대체근로에 관한 비교법적 연구(일본의 사례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22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과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하 파견법)에 따라 쟁의행위 기간 중 중단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사업과 관계없는 근로자를 채용하거나 대체할 수 없다.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도급·하도급·파견 또한 금지하고 있다.
이는 기업의 쟁의대항행위가 제한 없이 허용될 경우 근로자의 쟁의권 행사의 본질적인 내용이 침해받을 수 있어,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 이를 인정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반면 일본은 대체근로를 금지하는 명문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학설과 판례를 통해 파업으로 조업이 중단된 경우 간부나 비조합원 또는 제3자를 이용하여 조업을 하는 ‘대체근로’가 허용되고 있다고 한경연은 밝혔다.
일본에서는 파업기간 중의 업무수행을 노동자 측의 쟁의수단에 대한 최소한의 대항조치로 이해하며, 이러한 대항조치를 ‘노사대등’에 위배되거나 부당노동행위로 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판례는 쟁의행위에 대해 일관되게 사용자에게 조업의 자유를 인정하는 판단을 반복해 왔다.
지난 1949년 아사히신문사 사건에서 재판부는 “파업으로 인해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것은 당연하며, 사용자도 이러한 것을 당연히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되지만, 동시에 사용자는 파업기간 중에 업무를 정지해야할 의무를 지는 것이 아니므로 파업참가자들의 힘을 빌리지 않고 이에 대항하여 자기 스스로 업무의 운영을 꾀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또 1978년 산요전기궤도 사건에서도 일본최고재판부는 “사용자는 노동자 측의 정당한 쟁의행위에 의해 조업의 정상적인 운영이 저해되는 것은 받아들여야 하지만, 파업 기간 중이라 하더라도 업무수행 그 자체를 정지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조업정지를 목적으로 하는 노동조합 측의 쟁의수단에 대해서는 조업을 계속하기 위하여 필요한 대항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해석해야 하며, 이는 노사대등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이번 보고서를 분석한 이정 교수는 “일본에서는 파업기간 중 업무수행을 노동자 측의 쟁의수단에 대한 최소한의 대항조치로 이해하며, 이러한 대항조치가 노사대등 원칙에 위배되거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대체근로를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업참가자에 대한 불이익 금지, 일정요건 하에서 물리력이 포함된 피케팅 보장 등 무기대등의 원칙에서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비교법적으로도 우리나라와 같은 사례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경연이 지난 10개년 한·일간 쟁의행위로 인한 근로손실일수를 비교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임금근로자 1000명당 평균 근로손실일수는 43.4일로 일본의 0.2일과 비교해 217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노조가입률(10.3%)이 일본(17.9%)의 절반수준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근로손실일수는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 한경연 측 설명이다.
노사분규로 인한 근로손실일수가 많은 것은 국제평가기관의 노사관계에 대한 평가와도 일맥상통한다. 2018년 세계경제포럼은 한국의 노사협력을 140개국 중 최하위권인 124위로 평가했다. 같은 평가에서 일본은 55위인 점이 비교되는 대목이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해 적극적인 대항수단이 없는 기업은 조업 손실을 막기 위해 노조의 부당한 요구까지 들어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의 경우 과도한 근로조건을 관철시키기 위해 파업을 남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도적 대항수단이 없다보니 기업이 부당한 요구를 수용하게 되고 이로 인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간의 격차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jin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