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대내외 위기극복·미래도약 중대 기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도쿄 출장을 마치고 김포공항으로 귀국하는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ISOMIA·지소미아)의 전격 파기에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오는 29일 확정되면서 삼성의 불확실성이 극에 달하고 있다.
한일갈등의 십자포화 속에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를 등에 업은 애플의 견제 마저 더해지는 등 대외 악재가 지속되는 와중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수사 재개 및 국정농단 관련 대법원 판결 등의 ‘사법 리스크’ 또한 절정에 이르면서 삼성 내부에선 긴장감이 어느 때보다 팽배해지고 있다.
삼성에 정통한 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재판은 그동안 예고된 것이어서 삼성은 긴장 속에 차분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일 것”이라며 “하지만 미래전략실이 해체되고 컨트롤타워격인 사업지원TF마저 삼성바이오직스 수사로 사실상 마비돼 경영을 챙길 사람이 이 부회장 밖에 없어 대법 판결을 앞두고 초조함과 불확실성은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항소심 집행유예 선고가 유지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대법 판결에서 형량이 다시 결정되거나 자칫 파기 환송될 경우 삼성은 동시다발적인 초유의 악재 속에서 그룹 전반을 진두지휘할 총수의 부재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선고 바로 전날인 28일은 일본이 한국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본격 시행하는 날이어서 긴장 수위는 한층 높아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우리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ISOMIA·지소미아)을 전격 파기함에 따라 “경영상의 또 다른 큰 변수가 생겼다”며 사태전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일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최악 국면에 들어서면서 일본이 소재·부품·장비 수출 규제를 더욱 강화할 경우 삼성의 전자계열사들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일본은 지난달 수출규제 강화 이후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공장 극자외선(EUV) 생산라인에 필요한 포토레지스트(감광액)에 대한 수출을 두차례 허가했을 뿐 고순도 불화수소에 대한 수출 허가는 아직 한 건도 내주지 않고 있다.
이에 이 부회장은 지난 6월부터 컨틴전시 플랜(비상경영 계획)을 가동하고 이달 초부터는 전국 사업장을 돌며 현장경영 나서고 있다.
이 부회장이 각 사업장을 찾아 직접 하반기 경영전략은 물론 투자 등 미래성장동력을 챙기는 모습은 리더십이 건재함을 대내외에 알리고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5일 삼성전자와 전자계열사 사장단을 소집해 “긴장은 하되 두려워 말자”며 위기극복을 당부한 이후 바로 다음 날인 6일 온양과 천안사업장을 시작으로 9일 평택사업장, 20일 광주사업장을 잇달아 방문해 임직원을 격려하고 사장단 회의를 열어 현안 점검과 미래 대응전략을 논의했다.
재계 관계자는 “대내외 경영환경이 어느 때보다 엄중해 이 부회장의 비상경영은 선고와 별개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법 판결에 따라 삼성의 대내외 위기극복은 물론 비메모리, AI, 전장, 바이오 등 미래 사업 육성도 중대 기로에 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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