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엔 한시독재도 허용
해외투자자 시각엔 호재
신흥국 경제 불안은 여전
고대 공화정 로마는 국가적 위기가 있을 때마다 집정관 두 명에 있던 권한을 한 사람에게 몰아주는 독재관(dictator)을 선출했다. 퀸두스 파비우스 막시무스(Quintus Fabius Maximus)도 로마의 독재관 가운데 한 사람이다. 많이 알려진 카이사르나, 아우구스투스 등 영토를 넓힌 정복자와 달리 파비사우스는 로마의 최대 위기였던 한니발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미국에서도 2차 세계대전 당시 루스벨트 대통령이 4선에 성공했다. 조지 워싱턴 이후 3선은 하지 않는 전통이 있었지만 2차 대전 중(1940년)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 루스벨트는 출마했고, 당선됐다. 물론 루스벨트 이후에는 수정헌법을 통해 3선을 금지시켰다.
4.15 총선에서 여당이 압도적 승리를 거둔 데 대해 주요 해외 언론들은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이 더 힘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선거일 다음 날 이뤄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면면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했다. 17일 외국인들이 지난 3월4일 이후 30 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돌아서며 코스피가 1900을 회복했다.
국내 코로나19 방역 성과에 대한 해외 평가는 아주 높다. 정치적 해석을 떠나 투자자의 관점으로만 보면 정책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해소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재정에 대한 우려 섞이 목소리가 높지만, 국제신용평가가 인정한 대한민국 정부의 신용등급은 일본 보다 높다. 한국 정부의 재정건전성은 주요국 가운데 독일과 함께 가장 튼튼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부양 여력이 크다는 것으로, 투자자들의 기대도 높다.
무제한 달러 발권력을 가진 미국을 보자.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이 다수인 국회간 힘겨루기가 진행 중이다. 트럼프가 코로나19 사태를 잘 극복하면 재선에 유리해진다. 민주정치에서 의회와 행정부가 불화하면 그 어떤 정책도 제대로 펼쳐지기 어렵다.
국민재난소득지급을 예로 블어보자. 애초 야당의 눈치를 보던 행정부는 ‘소득 하위 70%’라는 제한을 뒀다. 총선에서 이긴 여당은 ‘100% 지급하자’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재난소득’이어서 생존 비용으로만 인식되기 쉽겠지만, 사실 소비 자극 목적이 강하다. 코로나19로 해외소비가 막힌 이 때 국내에 소비가 집중된다면 내수에 상당한 자극이 될 수 있다. 형편이 어렵다면 재단 소득을 받아도 저축하겠지만, 형편이 괜찮다면 뭔가를 소비하려는 마음이 들 수 있다.
여전히 코로나19 전염 확산이 언제 진정될 지는 여전히 불확실성의 영역이다. 앞서 시장 정상화의 조건으로 ▷충분한 대책 ▷미국의 정상화 ▷외국인의 코스피 귀환 ▷밸류에이션 측정가능 ▷신흥국 위기 후폭풍 예방 등 다섯 가지를 상정했었다. 앞 네 가지는 확실히 진행 중이다.
이제 시장에 남은 가장 큰 위험요인은 선진국 대비 경기부양 여력이 제한적인 신흥국 경제다. 또 신흥국 가운데 상당 수는 자원 수출이 주요 수입원인데, 초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면 재정위기가 불가피하다. 신흥국에 재정위기가 닥쳐도 당장 우리 금융이 받을 충격은 제한적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주요 수출시장에 위축된다는 점에서 분명 악재이고, 기업 실적을 통해 자본시장에 반영된다. 1900선을 넘은 코스피가 2000을 회복하기 위한 변수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