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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이래서 청포자 됐다” 각 세대별 청약포기 이유 들어보니…[부동산360]
서울 아파트 청약 커트라인 60점……20점대 2030세대 엄두도 못내
청약포기 이어 서울 거주 포기…비혼·미혼은 생애최초특공 포기
‘서울 집값은 오늘이 가장 싸다’ 믿음에…“영끌 못 막을 것”
가족 구성원 늘어나고, 자녀 교육·이사 필요한 4050은 사각지대
일부 3기 신도시는 인기 저조…“사전청약, 당장 공급부족 해소 못해”

[헤럴드경제=양대근·이민경 기자] 정부가 최근 3기 신도시와 서울 공공택지 6만호에 대해 내년부터 사전청약을 받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30대가 주도했던 ‘패닉바잉(공황 매수)’이 일정 부분 누그러질 가능성이 생겼다.

하지만 세대별로 ‘청포자(청약 포기자)’를 양산했던 근본적인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전청약으로 당장 눈앞의 공급 부족을 해소할 수 없다는 점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헤럴드경제는 20대부터 60대까지 세대별로 왜 스스로 청포자가 됐는지, 이에 대한 원인을 짚어봤다.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일대의 모습. [사진=이상섭 기자]
20대 “청약은 언감생심”, 30대 “10년 무주택 견딜 자신 없어”

“어차피 청약통장 가입 기간 말고는 모두 빵점이니까요.”

29세 미혼 직장인 정윤아(가명) 씨는 지난 6월 말 경기 고양시 행신동에 있는 구축 아파트를 매수했다. 전용면적 49㎡ 매물에 실거래가는 2억4000만원이었다. 집을 마련한 이유는 간단하다. 미혼인 데다 청약가점이 20점도 안 되는 정씨가 청약을 통해 집을 마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직 만 30세가 안 돼 청약가점은 청약통장 가입 기간으로 얻은 17점이 전부다.

그는 “고양 창릉 3기 신도시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미혼은 특별공급 자격도 안 된다”며 “주택 매수를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스스로를 ‘서(울입성)포(기)자’라고도 했다. 정씨는 “고양에 집을 산다고 하니 주변에서 ‘한 번 서울을 벗어나면 재진입하기 어렵다’는 말을 정말 많이 했어요. 저도 서울을 포기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어디든 오래 살다보면 ‘우리 동네’라고 정이 붙게 마련이죠”라고 했다.

서울 직장생활 6년차인 33세 김현우(가명) 씨는 6·17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직후 주택 매수 마음을 굳혔다. 퇴근 후엔 노원·도봉·강북구의 아파트 임장(현장답사)에 나섰다. 그리고 7·10 대책이 나오기 직전, 노원구 월계동에 있는 전용 40㎡ 아파트를 1억8000만원에 매수했다.

두 달여가 지난 현재 해당 매물은 2억4000만원대에 거래된다. 실입주 목적으로 샀지만 집값이 오르면 팔고 나중에 더 큰 집으로 옮겨갈 계획이다.

그는 “어차피 결혼하지 않는 한, 청약 당첨은 불가능해요. 하지만 요즘 같은 경제난에 결혼을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죠. 얼마 전 나온 정부의 수도권 6만가구 사전청약도 실입주까지 10년이 걸릴지도 모르는데 그때까지 전세나 월세로 이집 저집 떠돌아다닐 순 없죠”라고 했다.

서울의 한 아파트 견본주택 내부 모습. [헤럴드경제DB]
“자녀 크는데…” 고민 깊어진 40·50대, ‘까다로운 조건에 좌절’ 60대

자녀를 둔 40대와 50대들도 ‘진퇴양난’이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기존 집이 작아지는데 집값 상승과 각종 대출 규제·높은 거래세 등으로 높은 평형으로의 이동이 예전보다 훨씬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4050 무주택자의 경우 청약가점은 30대보다는 상대적으로 높지만 분양가 9억원 이상이면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서울의 경우 분양가 9억원 아래는 대부분 소형 평수에 해당한다. 4인가족이 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초등학생 두 자녀가 있는 영등포구 문래동의 43세 회사원 이정철(가명) 씨는 “아이들이 자라면서 교육환경에 따라 이사 가야 하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의 정책적인 배려가 전혀 안 돼 있는 것 같다”며 “급한 대로 매매나 전세를 계속 알아보는 방법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60대의 경우 까다로운 조건에 포기하는 이들도 있다. 부천시에 사는 60대 주부 희경(가명) 씨는 1990년대부터 30년 가까이 1주택을 유지하고 있다. 청약통장을 일찍부터 만들긴 했으나 젊은 시절에는 자녀 뒷바라지 등으로 청약에 대해 신경을 쓸 여유가 많지 않았다.

최근에야 자녀 독립으로 생활에 조금 여유가 생기고, 이른바 ‘로또분양’으로 불리는 분양가 시세차익 등의 뉴스 기사를 보면서 청약홈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총 가점이 30점도 되지 않아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노부모 부양 특별공급에 대해서도 조건을 알아봤으나 ▷만 65세 이상 부모님 3년 이상 연속으로 부양 ▷전 세대 구성원 무주택 자격 유지 등 생각보다 까다로워 결국 포기했다.

그는 “돈 많은 무주택자에게 좋은 아파트가 돌아가고, 서민 1주택자는 (청약을) 엄두도 못 낸다”면서 “이사도 못 했던 장기 1주택자들에게 좀 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의 모습. [헤럴드경제DB]
서울 아파트 당첨 커트라인 60점 시대…사전청약으로 수요 쏠림 막을까

한국감정원 등에 따르면 올해 7월과 8월 서울에서 분양한 12개 단지의 당첨 최저가점(커트라인)은 평균 62.7점으로 나타났다. 60점은 30대인 4인가족이 받을 수 있는 최대 청약가점인 57점을 뛰어넘는다.

상반기(6월 11일 기준) 올해 서울의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99.3대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경기·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청약경쟁률도 40.7대 1에 달한다.

청약시장이 과열된 상황이지만 하반기 서울 신규 아파트 분양물량은 많지 않다. 지난 9일 당첨자가 발표된 양천구 신월동 ‘신목동 파라곤’은 9월의 유일한 물량이었는데, 만점(84점)짜리 통장(부양가족6인)이 등장했다.

부동산정보업체 직방에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3기 신도시와 8·4 공급 대책에서 나온 부지인 하남 교산, 과천 과천지구, 남양주 왕숙, 고양 창릉 등에서 청약 선호지역 질문에 ‘위 지역 중에서는 청약할 의사가 없다’고 한 응답자가 20.9%로 나타났다. 청약 수요와 입지 공급이 엇갈리는 ‘미스매칭’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사전청약이 공급 부족의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사전청약은 사실 그렇게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며 “본청약 및 실입주까지 남은 기간에 청약자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안아야 하고, 불안 요인인 전세시장에 계속 남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think@heraldcorp.com

※ ‘부동산 360’은 부동산시장의 트렌드(Trend)와 이슈(Issue), 사람(People) 등을 종합적으로 깊이 있게 다루는 코너입니다. 부동산시장의 트렌드를 짚어내고, 이슈가 되는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 사안의 핵심과 이면을 다각도에서 짚어드리겠습니다. 부동산시장을 읽는 ‘팁(TIP)’을 ‘부동산 360’ 코너를 통해서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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