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월까지 시장 상황 맞춰 매물 내놓을 것
서울 고가는 다주택·법인 매물 상대적 적어
똘똘한 한 채 선호로 3.3㎡당 1억 거래 역대 최다
[헤럴드경제=성연진·이민경 기자] 서울 고가 아파트 시장의 가격이 좀처럼 하락 전환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6·17 대책과 7·10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와 법인, 임대사업자를 규제함에 따라, 급매물 출현 등 정책 효과를 기대하고 있으나 실제 시장 분위기는 다르다. 연말까지 가격 조정을 가져올만큼 급매물이 쏟아져나올 것으로 보는 이도 적다. 가격도 보합 정도로 예상하는 이가 많다.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세금 때문이다.
정부가 잇따라 다주택자와 법인을 규제하는 법안을 내놓았지만, 급매물 거래로 인한 가격 하락 전환은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사진은 잇따라 면적별로 신고가에 거래되고 있는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전경 [헤럴드경제DB] |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인근 공인중개업계는 “현재 수억원이 떨어진 급매물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홍남기 부총리가 지난 8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부동산 대책의 성과로 최대 4억원이 떨어졌다고 밝혀 뭇매를 맞은 단지다.
반포자이 단지 내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남에 두 채 이상 아파트를 가진 이들은 세 부담에 한 채는 정리하고 싶어하지만, 어차피 올해 세금분이 달라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내년 5월까지 기다리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올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는 집을 팔아도 그대로 내야 하기 때문에 다급히 팔 이유가 없는 셈이다.
실제 고가 아파트는 지난 5월 절세용 급매물이 여러건 소화되면서 반짝 소강상태로 돌아선 바 있다. 6월 1일 기준으로 재산세와 종부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그 직전 달에 값을 내려 판 매물이 속속 거래된 것이다.
당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76㎡(이하 전용면적)가 18억원 아래에도 거래됐다. 직전월보다 1억원 가량 떨어진 값이다. 문제는 그 이후 빠르게 값이 회복돼 지난달에는 토지거래허가제가 실시돼 실거주 용도로만 매수가 가능한데도 22억2000만원 신고가에 팔렸다는 점이다. 매도자가 마음을 급하게 먹지 않는 이유다.
서울에 집중된 15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에 정부가 압박한 법인과 다주택 매물이 많지 않다는 것도 고려할 점이다. 실제 정부가 6·17대책에서 법인의 세금 부담을 늘리자, 전국의 법인 매물은 5월 4935건에서 6월 6193건, 7월 8278건으로 급증했다. 지방 중소도시에선 이에 따른 집값 하락도 나타났다. 반면 서울은 이 기간 136건(5월)에서 306건(7월)로 집값에 영향을 줄 만큼 물량이 나오지 않았다.
반짝 증여도 크게 늘었다. 정부가 다주택자 규제를 더해가자, 파는 대신 증여에 나선 것이다. 이에 전국 아파트 증여는 6월 6133건에서 7월 1만4153건으로 늘었고, 서울은 같은 기간 1473건에서 3362건으로 급증했다.
다만 변수는 커진 증여 부담이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증여 취등록세율을 12%로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증여세와 별도로 취등록세를 또 내는 것이기 때문에 세금 부담으로 자녀가 증여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시장에 증여가 부담스러운 매물이 나올 수도 있으나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집을 ‘살 때도, 팔 때도, 보유할 때도, 물려줄 때도’ 모두 규제가 가해지자, 똘똘한 한 채로의 집중 현상은 더해지고 있다. 초고가 아파트 시장 하락 전환이 쉽지 않은 까닭이다.
15일 부동산정보업체 경제만랩에 따르면, 올 들어 전날까지 3.3㎡당 1억원 이상에 매매된 아파트 단지는 역대 최다인 52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서울에서 3.3㎡당 1억원 이상에 팔린 아파트 단지가 연간 최다였던 작년 수치(45곳)를 넘어선 것이다. 2018년(19곳)과 비교하면 2.7배로 늘었다.
개포주공1단지(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는 4년째 가장 비싼 아파트 단지라는 타이틀을 지켰다. 이 아파트는 2017년부터 4년째 3.3㎡당 최고가에 매매됐다. 전용면적 56㎡는 지난 3월4일 30억9500만원(4층)에 팔려 3.3㎡당 매맷값이 1억8086만원에 달했다.
이외에도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3.3㎡당 1억3893만원, 동일 단지 최고가 기준),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1억3777만원),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1억3734만원),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1억3358만원), 성동구 성수동1가 트리마제(1억3052만원) 등이 올해 3.3㎡당 1억3000만원대에 매매된 것으로 조사됐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센트럴자이 전경. 민간 부동산정보업체인 경제만랩에 따르면, 올해 6월 입주한 이 단지는 3.3㎡당 1억2128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집계됐다. [헤럴드경제DB] |
또 강남구 삼성동 삼성동힐스테이트 1단지(1억20724만원), 서초구 반포동 반포 힐스테이트(1억2405만원),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1억2351만원),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1억2180만원),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센트럴 자이(1억2128만원), 서초구 잠원동 아크로리버뷰신반포(1억2002만원) 등은 3.3㎡당 1억2000만원대에 거래가 성사됐다.
특히 개포주공1단지를 제외하면 3.3㎡당 매맷값 상위 10위 안에 든 단지들의 거래가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가 나온 6∼8월에 이뤄졌다.
오대열 경제만랩 리서치팀장은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로 다주택자들이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거 선호도가 높은 ‘똘똘한 한 채’에 집중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면서 “3.3㎡당 1억원이 넘는 아파트 단지도 빠른 증가세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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