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인 부담 전가 부작용 우려 “인센티브 주는 방식이 바람직”
서울 동대문구의 한 상가 밀집지역의 모습.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상가 임차인의 권리를 대폭 강화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 개정안과 관련 시행 전부터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개정안에는 보증금·임대료 감액과 기간에 대한 명확한 세부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고, 연체된 임대료를 추후 받을 수 있는 지 여부 등에 대해서도 별도 설명이 없는 상황이다.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시행 때와 같이 현장의 혼란과 갈등만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상가 임차인에게 임대료 감액청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다.
하지만 개정안에는 당장 임차인이 얼만큼 감액을 요구할 수 있고, 그 기간은 언제까지인지 명확한 기준이 없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 개정 이후 임차인과 임대인이 임대료 감액 기간과 비율을 합의하면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로 가거나 민사소송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법적 싸움으로 가면 그만큼 시간과 비용의 소모가 불가피하다. 영세한 임차인들은 소송비용이나 패소 가능성 등을 감안해 주어진 권리를 적극 행사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임차인이 코로나19 영향으로 경제 사정이 얼만큼 악화했는 지 입증하는 것도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개정안을 보면 코로나19로 한 달간 수입이 한 푼도 없었다면 임대료를 100%까지 감액받는 것도 원칙적으로 가능하다.
경기도 부천시의 60대 상가임대인 A씨는 “상가 매출 증감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섞여 있을 수 있다”면서 “이걸 어떻게 어떤 근거로 입증하는건지 명확한 기준이 따로 없어, 임대인 입장에서 황당하다”고 밝혔다.
임대인이 임차인의 감액 요구를 안 받아줄 경우 이를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이 없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당초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법안 발의안에는 상가임대인이 임차인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조항을 넣었으나 최종 안에는 삭제됐다. 임대차 3법 때처럼 정부와 국회가 임대인·임차인의 갈등만 부추기고, 정작 해결에는 소극적인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당장 보완이 필요한 부분도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와 국회는 임대료를 6개월간 못 받게 될 경우 임대인에 대한 금융 지원, 6개월 동안 연체된 임차료와 그에 대한 이자 부분을 임대인이 추후에 받을 수 있는 지 여부 등에 대해 별도 설명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 전문가들과 업계 일각에서는 “국가재난 상황에서 임대인에게 모든 부담을 떠넘기면, 그 피해가 결국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등 부작용만 더 생겨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일방적인 비용 전가보다는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현재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한 임대인들에 대해 재산세 감면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하지만 각 지자체마다 혜택 기간과 감면액 등이 천차만별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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