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언박싱]“30년만에 추석에도 문 열었는데”…양극화만 심화시킨 ‘코로나 추석’
백화점은 함박웃음 전통시장은 울상
백화점 역대 최대 추석 선물세트 매출 기록
전통시장은 작년 매출 3분의1 수준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달 25일 서울 시내 한 백화점의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박재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첫 추석은 ‘양극화’만 남겼다. 백화점은 고가의 추석선물 세트 덕에 매출 증가율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교외형 아웃렛도 매출이 예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나는 등 ‘코로나 추석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반면, 추석 당일날에도 30년만 처음으로 문을 열었던 전통시장은 ‘귀포족’마저 외면하면서 매출이 많게는 작년의 5분의 1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귀향을 포기하고 차례를 생략하는 가구가 늘면서 고속도로 휴게소도 매출이 60% 가량 급감해 이번 추석은 ‘죽음의 문턱’에서 신음하는 자영업자들의 고통만 더 키웠다.

‘코로나 추석 특수’에 웃은 백화점·아웃렛…소비심리 되살아나나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백화점의 올해 추석 선물세트 매출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고향을 방문하지 않는 대신 고가의 선물을 보내는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10만원이던 청탁금지법상 농축수산물 선물 상한액이 20만원으로 일시적으로 상향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

신세계백화점의 올해 추석 선물세트 매출은 지난해보다 14.7%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우 세트가 인기를 끌면서 축산 매출이 17.2% 늘었고, 한우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와인 매출이 60.1% 급증했다. 영양제와 건강 차 음료 매출도 27.3% 뛰었다.

현대백화점도 추석 선물세트 매출이 전년 보다 13.8% 늘었다. 건강기능식품과 정육 매출이 각각 30.4%, 19.1% 증가했다. 갤러리아백화점의 추석 선물세트 매출은 20% 급증했다. 특히 30만원 이상 고가 선물세트 매출이 43% 늘면서 전체 매출 증가를 이끌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올해 추석은 20만~30만원대 이상의 프리미엄 선물세트 판매가 호조를 띠면서 역대 추석 중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도 “코로나19로 인한 지역 간 이동 자제와 선물 상한액 상향 등으로 고가 선물 세트 수요가 크게 늘어 역대 최대 추석 매출을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교외형 아웃렛도 코로나 추석 특수를 이어갔다. 귀포족이 늘면서 교외형 아웃렛은 연휴 나들이객들로 북적였다. 실제 지난 2~3일 롯데아웃렛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0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30년만에 추석 당일에도 문 열었는데…씁쓸”

하지만, 전통시장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추석 선물 경기 호조에도 전통시장을 찾은 소비자들은 많지 않았다. 고가 추석선물을 판매하는 백화점을 중심으로 수요가 집중된 탓이다.

임영업 신사시장 상인회장은 “장사 30년 만에 추석 당일에 문을 열었지만 아직까지 재고가 남았다”며 “김영란법이 완화됐지만 선물 수요가 백화점으로만 몰려 소상공인들은 큰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수희 경동시장 사무국장도 “이번 추석에는 고향도 안 가고, 차례도 안 지내다 보니 제수용품과 선물세트 등이 작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덜 팔렸다”며 “(시장 상인들이) 작년 추석에 비해 매출이 3분의 1에서 최대 5분의 1로 줄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최제중 신시사장 오복청과 대표는 “이번 추석에는 큰 사과 한 개를 팔지 못할 정도로 양극화가 심화된 것을 체감한다”며 “대형마트에선 고가 선물을 내놓기만 하면 팔리는데 전통시장은 8~9만원대 선물을 준비해도 안 나간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추석 매출이 작년보다 20~30% 빠졌고 매년 줄고 있는 추세라 걱정”이라며 “2차 재난지원금이 풀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dodo@heraldcorp.com

*‘언박싱’은 헤럴드경제 컨슈머팀이 취재 현장에서 발굴한 재밌는 현상들을 여러분께 공개(언박싱)하는 코너입니다. 기사를 통해 기다렸던 택배를 언박싱할 때처럼 즐겁고 짜릿한 경험을 하시기 바랍니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