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 앞두고 장보기 부담 커져
쌀·과일·정육 가격도 줄줄이 올라
배달료도 인상…소비자 부담 가중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작년까지만 해도 남아돌던 쌀에서부터 배추, 무, 토마토까지 안오른 게 없다는 말이 빈말이 아닐 정도로 장바구니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2000~3000원하던 배달료도 4000원 넘게 뛰면서 ‘배보다 큰 배꼽’이 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긴 장마와 태풍 등 기상여건 악화까지 겹치면서 먹거리 가격 인상은 좀체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가뜩이나 작황 부진으로 공급량은 부족한데, 가정 내 수요는 늘면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배추 등 출하량이 예년보다 낮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코로나19 확산세도 아직 안정화 단계로 접어든 게 아니라는 점에서 장바구니 물가 부담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배추 10㎏ 도매가격은 2만7620원으로 한달 전보다 12.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과 비교하면 44.6% 상승했고, 평년 대비로는 두배 가까이(91.9%) 오른 수준이다.
이에 김장철을 앞둔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본격적인 김장철은 11월이지만 좀처럼 배춧값이 안정화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배추 10월 출하량은 가을배추 작황 부진 등으로 평년 대비 13.1%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10월 배추 도매가는 전년 대비 8.3%, 평년 대비 108.8% 상승할 전망이다. 11월 가격도 태풍 피해가 컸던 전년과 비교하면 하락하겠으나, 평년과 비교해선 여전히 높은 가격대가 예상된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채소 판매대. [사진=연합뉴스] |
김장에 필요한 부재료 가격도 치솟았다. 무 20㎏ 도매가는 전년 대비 90.7% 올랐다. 고랭지무 생산량이 예년보다 줄면서 10월과 11월 도매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쪽파 도매가는 전년대비 120.8%, 깐마늘은 75.4%, 홍고추는 261.2% 뛰었다.
최근 ‘금추’ 못지 않게 토마토도 귀하신 몸이 됐다. 이 때문에 햄버거 전문점에선 초유의 ‘토마토 실종 사태’가 목격된다.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등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이 급등한 토마토 값을 감당하지 못해 이를 빼고 다른 채소를 증량하는가 하면, 아예 토마토를 뺀 메뉴를 내놓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토마토 도매가격은 10㎏ 당 6만2660원으로 전년 대비 두배 가량(99.6%) 올랐다.
코로나19 이후 집밥 소비가 늘면서 쌀값도 올랐다. 쌀 20㎏ 도매가는 5만3120원으로 전년 대비 12.3% 상승했다. 올 들어 쌀 수요가 급증하면서 재고량 대부분이 소진된 데다, 기상 악화로 벼 생육은 부진해 공급량은 감소한 영향이다.
이 밖에 과일 및 정육 가격도 전년대비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다만 명절을 앞두고 제수용품을 중심으로 신선식품 가격이 치솟는 경향이 있는 만큼, 일부 품목은 추석 연휴가 지나면서 가격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장보기 부담만 커진 게 아니다. 집밥 뿐 아니라 배달음식 수요도 늘면서 관련 비용도 올랐다. 앞서 주요 배달대행 업체들은 지난 8월 말부터 줄줄이 배달요금 인상에 나섰다. 또 추석 연휴 기간엔 배달료에 1000~2000원 ‘명절 할증’을 부과하기도 했다. 배달업계는 “10년째 3000원 수준이던 배달료가 이제야 정상화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선 식재료 구입비부터 배달비까지 전방위 충격파를 맞다보니 부쩍 얇아진 지갑에 속이 탈 수 밖에 없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관계자는 “올해 2분기 가격 상승률 상위 품목을 보면 기저귀, 달걀, 식용유 등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필품 가격 인상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며 “집콕 생활이 늘면서 최근 상승한 배달 수수료도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을 모니터링해 향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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