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생리대 논란 왜? ‘연구 부족’
대형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생리대 [사진제공=연합뉴스]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국내에서 유통되는 생리대의 97%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자료가 나오면서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식약처·국내 생리대 제조업계는 유해물질 발생은 피할 수 없고, 기준치 이하라 인해에 유해한 수준이 아니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 2일 이용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실이 공개한 생리대 발암물질 자료 [자료출처=이용호 의원실] |
6일 식약처와 생리대 제조업계 의견을 종합한 바에 따르면 생리대 제조 과정에서 환경유해물질 자체를 제거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2017년 생리대 파동 당시부터 이번 자료에서까지 지속적으로 논란되고 있는 화학물질은 휘발성이 있는 화학물질 ‘휘발성유기화학물(VOCs)’이다. 이번 자료에서 발암물질로 분류된 벤젠, 클로로포름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유해물질이 0% 나오는 게 최선이겠지만 제조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대신 2018년에 ‘VOCs 저감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등 저감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일회용·다회용 생리대 제조 과정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생리대 제작 시에는 생리대가 속옷에 붙을 수 있도록 접착제, 생리혈이 스며들지 않도록 막는 방수필름 등 방수체가 사용된다. 또 방취를 목적으로 향료를 첨가하는 업체도 있다. 화학성분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클로로포름, 톨루엔과 같은 유해물질이 나온다는 게 식약처 측 설명이다. 실제 이용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실이 발표한 자료에서도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해외기업까지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제조사는 이러한 물질을 많이 줄이면 생리대 사용과정에서 제품이 분리되거나 또는 속옷에 고정되지 않아 불편을 초래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청한 국내 생리대 제조업체 A기업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악영향을 끼치려 일부러 유해물질을 넣는 제조사가 어디있겠냐”며 “2017년 파동 당시 내부적으로 논의도 했지만 제조과정에서 불가피한 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B기업 관계자는 “입장을 말하기 곤란하다”면서도 “식약처에서 기준치 이하로 문제없다고 발표한 내용”이라 강조했다.
2017년 9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생리대 안전 시위 [사진제공=연합뉴스] |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부터 소비자들의 생리대를 향한 불신은 쉽게 꺼지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생리대 유해물질에 대한 국내 연구가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유해물질과 생리 부작용을 연결지을 수 있냐, 없냐를 두고 전문가·학계에서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실제 지난 9월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소비자 5258명이 깨끗한나라를 상대로 소송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면서 “인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입증할 객관적 자료가 없다”며 판단 근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업계는 원자재의 사용량을 줄이거나 관리감독하는 식으로 소비자 불안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업체는 접착제와 방수필름의 조성을 변경해 결과 클로로포름 및 톨루엔이 현저히 줄이는 시험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해당 자료를 공개한 이용호 의원실 관계자는 이전 자료를 다시 공개한 취지에 대해 “매년 생리대 업체나 식약처가 ‘기준치 이하라 신체에 유해한 수준 아니다’는 입장을 반복하는데, 대안을 찾거나 불신을 줄이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자료를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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