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거둬들인 수익·외국 사례보다 과징금 적어
공정위 결정을 ‘소비자 인식 전환’의 기회로 삼아야
공정거래위원회가 6일네이버에 과징금 267억원을 부과했다. 사진은 6일 오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분당 사옥. [사진=연합뉴스] |
[헤럴드경제=박재석 기자]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의 검색 광고에 대해 불공정하다고 판단하면서 이를 두고 수년 간 이어진 네이버와 이커머스 간 공방은 당분간 잠잠해질 전망이다. 다만 네이버가 공정위 결정에 불복하며 법정 공방이 예고된데다 과징금 규모도 업계 기대보다 적어 좀더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가 네이버에 대해 쇼핑과 동영상 검색 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바꿔 자사의 상품 및 서비스를 상단에 올리는 등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를 한 혐의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67억원을 부과했다.
이와 관련 네이버는 즉각 반발하며 공정위 결정에 대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네이버는 입장문에서 “공정위가 충분한 검토와 고민 없이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공정위 결정에 불복해 법원에서 그 부당함을 다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커머스 업계는 공정위의 결정에 대해 경쟁 당국이 네이버의 검색 알고리즘 운영방식의 불법성을 인정한 것이기 때문에 우선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의 쇼핑 부문 운영에 대해 그간 심판이 선수로 나설 수 없다는 이커머스 업계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업계는 또 네이버의 불법성을 제대로 인정하려면 상징적인 차원에서 고소나 고발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과징금 규모에 대해서도 예상보다 적은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네이버가 이번 공정위 결정으로 부과된 과징금은 총 267억원으로, 이중 쇼핑과 관련한 과징금 액수는 265억원이다. 그간 네이버가 쇼핑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고려한다면 과징금의 규모가 더 커야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유럽연합(EU) 등 여타 국가들이 비슷한 사례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에 비해서도 규모가 적다. EU가 지난 2017년 6월 구글에 대해 구글 검색창에서 키워드 검색시 구글쇼핑 검색 결과를 우선적으로 노출시키는 등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매긴 과징금은 24억 유로(한와3조3000억원)였다. 우리보다 이커머스 거래 규모가 상당히 적은 터키도 지난 2월 EU와 같은 혐의로 구글에 대해 과징금 1626억 달러(한화 190억원)를 메겼다.
이 외에도 네이버 쇼핑이 별도의 법인으로 분리돼 공정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또한 공정위의 시정 명령이 결과 보고 의무가 동반되는 시정명령이 내려져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이커머스 업계는 네이버에 이같은 행정 조치가 내려짐에 따라 이 기회에 네이버를 넘어 직접 고객들을 유입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네이버 없이 매출을 올리는 것은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재 이커머스 업계는 매출 가운데 20~30% 가량이 네이버를 통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있다.
게다가 공정위는 네이버는 비교쇼핑서비스 시장에서 수수료 수입(79.3%)과 거래액(80.2%), 페이지 뷰(73.3%) 등 어느 기준에서든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압도적 1위 사업자라고 발표했다. 다른 사업자로는 카카오와 다나와, 에누리 등이다. 이커머스 업계가 입을 모아 네이버를 경계 대상 1순위로 꼽는 이유다.
한편으론 공정위의 결정을 단순히 네이버의 잘못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번을 계기로 네이버 검색 서비스의 공정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야 봐야한다는 것이다. A업체 관계자는 이번 결정을 두고 “네이버의 검색결과를 믿고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결과가 믿을만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하는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jsp@heraldcorp.com
*‘언박싱’은 헤럴드경제 컨슈머팀이 취재 현장에서 발굴한 재밌는 현상들을 여러분께 공개(언박싱)하는 코너입니다. 기사를 통해 기다렸던 택배를 언박싱할 때처럼 즐겁고 짜릿한 경험을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