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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용자 맞춤형 ‘취향저격 쿠폰’…네이버·카카오와는 다른 길” [헤경이 만난 인물-정우진 NHN 대표]
1000만 페이 고객 기반 맞춤형 서비스
가맹점 18만개·결제처 270만 곳 확보
美 웹툰·日 게임…글로벌 시장 확대
김해 제2데이터센터 5000억 투자
年매출 1조 5000억·88개 계열사 보유
몸집 불리기보다 깊이있는 성장이 목표
정 대표는 “청춘을 바쳐 매일 위기와 이슈에 부딪히며 다니던 회사에서 벌써 20년을 다녔다니 깜짝 놀랐다. 근속 20년 휴가가 며칠 주어지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올해 단 하루도 휴가를 가지 않았다”며 겸연쩍은 미소를 보였다. 박해묵 기자

“우리에겐 네이버, 카카오와 비교해 강력한 플랫폼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없는 플랫폼을 억지로 개발해 적과 경쟁자를 만들지 않겠습니다. 다양한 사업자를 파트너로 삼아 우리 기술로 관통하는 전략으로 차별화에 나설 것입니다.”

정우진(사진) NHN 대표는 최근 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이 같이 밝혔다. 정 대표는 20년 전 한게임 출시부터 네이버와의 분리(2013년)를 거쳐 지금의 NHN으로 변모하기까지 전면에서 이끌어 온 핵심 인물이다. 7년 전 90%에 육박했던 게임 매출 비중은 올 상반기 30% 밑으로 떨어졌다. 대신 결제 및 광고(38.5%), 콘텐츠 등(33%)의 비중을 높이며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어엿한 ‘종합IT기업’ 타이틀로 NHN은 내년부터 데이터 기반 쿠폰 사업에 본격 주력한다. 1000만 사용자(2분기 기준)를 확보한 결제수단 페이코가 주력 기술이자 곧 구심점이다. 플랫폼 부재를 극복하기 위한 NHN만의 승부수인 셈이다. 정 대표는 “올해까지 내부 실험을 지속해 내년 초부터 본격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기반 쿠폰 사업, 오프라인이 블루오션=NHN 내부적으로는 ‘데이터 광고 쿠폰 사업’이라 칭한다. 단순 마케팅 차원의 광고가 아니라 실제 이용자가 활용할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 때 결제 데이터 기반으로 각 사용자에 맞춤형 쿠폰을 보내주는 것이 핵심이다. 이미 온라인에서는 활발히 사용되는 방식이지만, 이용자 성향 파악이 어려운 오프라인은 여전히 무주공산이다. NHN이 노리는 영역도 오프라인이다.

정 대표는 “만약 A 제과브랜드 하루 발생 케이크 재고율이 50~60%라면, 해당 매장 이용자의 결제내역으로 성향을 파악해 케이크를 절반 가격에 살 수 있는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방식”이라며 “해당 기업은 재고율을 낮출 수 있고, 이용자는 싼 값에 케이크를 구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프라인 현장에서 발생한 결제 데이터 기반으로 이용자 맞춤형으로 광고 형식의 쿠폰을 제공하는 것이다.

정 대표는 “우리와 파트너십을 맺는 기업에 큰 이익이 발생하고, 이 기업의 고객 만족도까지 높일 수 있는 수익모델이 될 것”이라며 “B2B, B2C로 이어지는 비즈니스에서 중간의 B(기업)에 돌아가는 효과가 크고 C(소비자)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쿠폰 사업은 NHN의 간편결제 ‘페이코’의 결제내역을 기반으로 한다. NHN은 경쟁 간편결제 시스템에 비해 오프라인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현재 백화점, 카페, 베이커리, 화장품, 편의점 등 18만개에 달하는 가맹 매장에서 페이코로 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하다. 특히 삼성페이 제휴에 따라 신용카드 결제처 270만 곳을 확보해, 국내 오프라인 대부분 매장에서 페이코 결제가 가능해졌다.

현재는 일부 가맹점에서 시범적으로 쿠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 대표는 “쿠폰 이용자 월 300만~500만명을 목표로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별도의 브랜드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웹툰은 美, 게임은 日로 글로벌 공략=NHN의 콘텐츠 사업 최대 목표는 글로벌 확대다.

우선 미국 웹툰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한다. NHN은 지난 7월 미국에서 ‘포켓코믹스’라는 웹툰 플랫폼을 오픈했다. 정 대표는 미국시장에서 일본의 액션, 학원물 등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정 대표는 “아직 미국 만화시장은 책이나 잡지로 된 콘텐츠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며 “이미 미국에서 인기가 증명된 일본 액션물을 가지고 미국시장을 공략하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 작가들의 미국 진출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켓코믹스에 연재 중인 한국 웹툰 ‘허니 블러드’는 9월 1~21일까지 3주 만에 매출 1억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게임 콘텐츠 부분에 있어서는 캐주얼 게임으로 일본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확대할 방침이다.

정 대표는 “일본은 한국과 달리 캐주얼 게임이라고 하더라도 10년 이상 꾸준히 하는 유저층이 굉장히 두텁다”며 “인기게임 ‘디즈니 츠무츠무’ 후속작인 ‘디즈니 츠무츠무 스타디움’을 지난 5일 일본에 출시했으며, 앞으로도 일본 캐쥬얼 게임시장을 지속 공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클라우드 사업분야에도 힘을 줄 계획이다. 정 대표는 “앞으로는 모든 시스템과 데이터는 클라우드에 보관되고 운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남 김해에 5000억원을 들여 대규모 제2데이터센터를 건립하는 것도 그런 미래를 내다본 투자의 일환이다. 제3 데이터센터도 계획하고 있다.

▶NHN 시즌2는 “내실 다지기”=정 대표는 “이전까지는 인수합병 등을 통해 다양한 분야로 벌려 왔다면 내년부터는 이를 굵은 가지로 안정화 시키는 것이 과제”라며 “시즌2가 시작될 내년에는 각 사업분야의 내실을 다지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NHN은 현재 연매출 1조 5000억원 규모에 88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정 대표는 “당장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리기보다는 주요 사업들의 매출과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도전 과제”라며 “규모의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현재는 단순 확장이 아닌 깊이 있게 파고 들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금융업 진출 관련 “NHN이란 이름으로 은행을 선보이는 것만이 금융업은 아니다”라며 “금융을 본업으로 하는 기업들과 손잡는 방식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뷰가 진행되던 날 마침 정 대표는 회사에서 근속 20년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 정 대표는 “청춘을 바쳐 매일 위기와 이슈에 부딪히며 다니던 회사에서 벌써 20년을 다녔다니 깜짝 놀랐다. 근속 20년 휴가가 며칠 주어지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올해 단 하루도 휴가를 가지 않았다”며 겸연쩍은 미소를 보였다. 정태일·채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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