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의무 거주, 전매 제한 가장 큰 부담
‘장기 공공 반전세’ 혹평도
입지, 분양가가 승패 가를 것
시장 영향 미칠 만큼 공급량 확보할 지 여부도 변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국무위원식당에서 열린 제9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연합] |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정부가 ‘8·4수도권주택공급확대방안’에서 제시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을 2023년부터 공급하겠다는 세부 계획을 공개했다. 무주택 서민들이 부족한 자금으로 내 집 마련을 할 획기적인 방법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지만, 사실상 20~30년간 거주 의무에다 전매제한을 받아 인기가 별로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사업 구조를 공개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당장 집을 살 자금이 부족한 무주택 서민이라면 눈길이 갈만하다. 분양을 받으면 처음엔 토지 및 건물 지분의 20~25%만 취득해 임대료만 내면서 살다가 20~30년간 장기 분할 취득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취득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내는 임대료도 시세 대비 낮게 부과할 계획이다. 지분 취득은 매 4년마다 10~15%씩 균등하게 추가 취득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짧게는 20년, 길면 30년 후 주택을 100%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취득 지분이 늘어난 만큼 임대료는 내려간다.
홍 부총리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매매와 전세시장의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안”이라고 자신했다. 주택 마련 자금이 부족한 서민이 내 집 마련을 할 때 초기 부담을 완화할 수 있고, 생애최초, 신혼부부, 다자녀, 일반 등 다양한 주택구입수요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지분 취득기간 동안 ‘거주의무’ 조건을 붙여 공공성도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선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의 가장 큰 약점으로 20~30년간 장기 의무 거주해야 한다는 점을 꼽는다.
지분적립형 주택 당첨자는 일단 청약통장을 써 분양을 받았기 때문에 1주택자로 분류된다. 청약가점을 쌓으면서 인기 높은 지역에서 새 아파트 청약을 노릴 기회가 사라진다는 이야기다. 확보한 지분에 대해선 재산세도 내야 한다. 그런데 주택을 완전히 소유한 것도 아니어서 중간에 세를 주고 이사를 하면 안된다. 경기 여건이 달라지고 직장이 변경되는 등 생활 여건 변화가 있을 수 있어 의무 장기 거주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일단 작은 집에서 시작해, 가족이 늘어나고, 자산이 쌓이면서 큰 주택으로 옮겨가는 생애 주기별 주거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주택 공급 유형이라고 비판 받는다.
지분을 100% 확보하지 못하고 이사를 해야 할 경우 집값 상승분에 대한 시세차익을 어떻게 배분할지 아직 불확실하다. 전매제한, 거주의무기간, 지분평가 등 조건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손해를 보지 않고 온전히 시세차익을 얻으려면 지분을 100% 확보할 때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을 ‘장기 공공 반전세’라고 혹평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결국 입지와 분양가가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의 성공 여부를 가를 것이란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아무리 장기 의무 거주가 부담이여도 서울 도심 등 인기지역이라면 사는 데 편리하고, 시세차익도 기대할 수 있으니 무조건 청약하려는 무주택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신규 공급주택 중 공공보유부지, 공공정비사업 기부채납분 등 선호도가 높은 도심 부지에서 공급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공급계획을 아직 종합적으로 내놓진 않았다. 다만 지난 8월 서울시 산하 SH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가 일부 공개한 데 따르면 2028년까지 서울에 1만7000가구를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정도 물량으론 시장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종합적으로 따져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의 공급물량이 충분하지 않다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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