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물량 선진국 독차지
전세계 보급 시간 걸릴듯
투자전략변화는 지금부터
드디어 코로나19 백신이 나올 전망이다. 상용화된다면 그야말로 시장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다. 지난 9개월간의 시장 흐름을 완전히 뒤바꿀 재료가 될 수도 있다. ‘언택트’ 기술주만 독주하는 기형적 시장 구조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백신이 나왔다고 코로나19 위험이 단기간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백신으로 이동이 자유로워지고 경제까지 정상을 되찾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시장은 기대로 먼저 움직이겠지만, 완전 정상화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면 다른 변수로 인해 변동성이 커질 수도 있다. 미국의 경기부양책 강도가 약해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포트폴리오 변화를 적극 모색해야 하지만, 막연한 기대보다는 최대한 많은 정보에 기반한 선택이 필요하다.
미국 화이자(Pfizer)가 9일 공개한 코로나19 백신은 엄밀히 따지면 독일의 바이오엔테크(BioNtech)가 개발한 제품이다. 이 회사 공동창업자인 터키 출신 우구르 사힌(Ugur Sahin)은 지난 1월 중국에서 코로나19 발생 소식을 접하면서 개발에 착수했다. 개발에 10개월 이상 걸린 셈이다. 화이자는 임상실험과 생산기반을 제공했다. 중국 푸싱(Fosun) 그룹도 참가했다. 기존 백신에는 사용하지 않는 mRNA 기술을 사용했다고 한다. 쉽게 설명하면 세포를 유전학적으로 변화시켜 바이러스와 싸우도록 하는 기술이다. 3만명 이상의 임상에서 나타난 이번 백신의 유효율 90%는 이미 상용화된 독감백신의 유효율 30~60%를 크게 웃돈다. 벌써부터 백신 기술의 획기적인 전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주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에 승인신청을 하면 이르면 내달 긴급승인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문제는 백신의 보급이다. 2회를 복용해야 하는데, 가격은 1회분에 19달러 50센트다. 현재 생산능력은 5000만 회분(dose)인데, 내년에는 13억 회분의 생산이 가능하다고 한다. 시가 254억 달러 어치다.
이미 미국이 6억 회분을 예약했고, 개발과정에서 바이오엔테크에 1억 유로를 대출해준 영국도 4000만 회분을 구매하기로 했다. 독일 정부도 3억7500만 유로를 투자한 만큼 상당한 물량을 미리 확보했다고 봐야한다. 내년 생산물량 대부분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가들이 선점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생산능력이면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 신흥국이 물량을 확보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세계 70억 인구가 모두 백신을 얻으려면 140억 회 분이 필요한데, 현재 생산능력이면 10년이 필요하다.
변수는 있다. 위탁생산 등으로 생산능력을 크게 확대하는 방법이다. 푸싱그룹이 개발에 참여한 만큼 인구가 많은 중국이 대규모 생산에 적극적일 가능성이 크다. 다른 백신이 개발될 가능성도 상정해야 한다.
일단 그 동안 많이 오른 기술주는 차익실현이 늘어날 것으롭 보인다. 가장 많은 타격을 입은 항공, 여행. 레저 업종의 수혜가 예상된다. 이동확대로 원유 등 에너지 수요가 회복될 수 있다. 기업 생존가능성이 높아지며 은행의 대출부실 가능성은 낮아진다. 위험자산 선호가 되살아나면 금과 달러 매력은 떨어진다.경기개선 기대로 주가가 오르면 장기채권 금리도 오를 수 밖에 없다. 금리상승은 채권가격 하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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