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스틱 시장 11% 감소 예상…코로나19가 불황 공식도 바꿔
명품 핸드크림 [사진출처=에스아이빌리지]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불황일수록 화려한 색조의 립스틱이 많이 팔린다는 건 일종의 불황 공식이었다. 그런데 ‘불황=립스틱’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마스크가 일상이 되면서 1만원 대 치약, 5만원~8만원 가량의 핸드크림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마스크 쓰기·손 씻기 등 코로나가 바꾼 일상은 ‘작은 사치품’의 품목도 바꿔 놓고 있는 것이다.
일명 '고소영 치약'으로 불리는 LG생활건강 루치펠로 치약 [사진출처=루치펠로 공식 페이스북] |
1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올해 프리미엄 상품을 중심으로 구강용품·손 관리 용품 판매가 늘어났다. CJ 올리브영이 올해(1월 1일~11월 29일) 매출을 분석한 결과, 가글과 같은 구강청결제 매출이 2배 이상 증가했다.
그 중에서 개당 1만원 내외로 일반 치약보다 10배가량 비싼 프리미엄 치약 매출이 30% 상승했다. 일명 ‘고소영 치약’으로 불리는 루치펠로, 해외 수입 브랜드인 테라브레스· 덴티스테 상품들이 인기상품 순위에 올렸다.
손세정제나 핸드크림과 같은 손 관리 용품 매출도 같은 기간 31% 증가했다. 특히 샤넬·바이레도·산타마리아노벨라와 같이 5만원~8만원대 명품 상품이 20·30대 여성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바이레도를 수입·판매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자사 쇼핑몰 매출을 분석하니 올해(1월~10월) 바이레도 핸드크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4% 이상 증가했다. 바이레도 향수와 같은 향을 지닌 핸드크림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바이레도 핸드크림은 30㎖에 5만2000원, 100㎖ 7만9000원인 대표적인 스몰럭셔리 제품(작은 사치품)으로 불린다.
저가·고가 구분 없이 올해 전반적인 화장품 매출이 부진한 상황에 비춰봤을 때 특정 상품들의 약진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분석된다. 하루 평균 마스크 착용 시간이 길어지면서 구강 관리에 신경 쓰고, 손을 자주 씻으면서 건조함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구강 관리나 손 관리 상품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반면 ‘불황 베스트셀러’로 불리는 립스틱 시장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시장조사업체 클라인앤컴퍼니(Kline & Company)는 올해 뷰티업계에서 가장 판매 실적이 줄어들 상품 중 하나로 립스틱을 꼽았다. 클라인앤컴퍼니는 마스크 장시간 착용으로 립스틱 소매 매출 규모가 지난해보다 11% 줄어든 31억 달러(약 3조 4000억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장기화가 확실해지면서 H&B 스토어는 헬스 제품이나 코로나19에 간접적 영향을 받는 상품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올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이른바 ‘바이러스 프루프(virus-proof)’ 신시장이 열렸다. 청결을 위한 손 세정제는 물론이고 마스크 착용 일상화에 구강청결제, 프리미엄 치약 수요도 증가했다”며 “건강에 대한 관심이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는 트렌드에 발맞춰 헬스 부문 상품군 육성을 지속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