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전투기 특성상 거쳐야하는 과정
향후 ‘5세대·6세대’ 개발능력의 마중물
방위산업을 넘어 한국 역사에 한 획을 긋게 될 극적인 장면 연출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현재 최종 조립 마무리 공정을 밟고 있는 KF-X 시제 1호기가 이르면 4월 중 롤아웃(rollout) 행사를 통해 국민 앞에 처음 선보일 예정이다.
양산비를 제외한 개발비만 8조5000억여원이 투입되는 단군 이래 최대 무기도입사업인 KF-X의 가시적 성과가 공개되는 것이다. 앞서 1999년 4월 항공우주산업개발 기본계획에서 전투기 독자개발에 대해 첫 심의를 한지 20여년만의 결실이다.
KF-X 사업은 지난 2013년 군이 합동참모회의에서 작전요구성능(ROC)과 전력화 시기, 소요량 등을 확정지은 뒤 2015년 12월 체계개발에 착수했다. 10년 6개월가량의 개발 기간을 거쳐 오는 2026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한다. KF-X 사업이 현 추세대로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대한민국 공군은 2026년부터 2028년까지 초도양산 40대, 2032년까지 2차 양산 80대 등 총 120대의 KF-X를 보유하게 된다.
앞으로 지상시험과 비행시험 등 개발 마무리까지 넘어야할 고비도 남아있고 인도네시아와의 협력 등 풀어야할 문제도 간단치 않다. 이와 더불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이 F-22와 F-35를 비롯한 5세대 전투기가 이미 전력화돼있고 세계적으로 6세대 전투기 개발까지 추진되는 마당에 왜 KF-X를 4.5세대로 개발하느냐는 불만 아닌 ‘불만’이다. 이 같은 불만은 온라인상에서는 꽤 세를 얻고 있다.
공군과 방산업계는 이에 대해 현실을 간과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공군 관계자는 “KF-X는 처음부터 미들급으로 ‘KF-16 플러스’ 성능을 목표로 추진됐다”며 “하이급에서는 F-35A와 F-15K를 운용하기 때문에 KF-X의 4.5세대 논쟁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최첨단 기술의 집합체인 전투기의 특성상 4.5세대 전투기 개발은 반드시 거쳐야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KF-X 개발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관계자는 “KF-X는 4.5세대 전투기로 개발되지만 내부무장 여유 공간과 저피탐 형상, 최신 센서 등을 보유하고 있어 언제든지 5세대 전투기로 성능개량할 수 있도록 설계단계서부터 고려됐다”며 “독자적으로 성능개량 가능한 플랫폼을 가진다는 것은 향후 5세대, 6세대 전투기를 독자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전투기 독자 개발이 갖는 의미는 이뿐만이 아니다. T-50과 FA-50의 경우 한국이 생산과 수출까지 하고 있지만 미국 록히드마틴과 공동개발해 성능개량시 미 정부 승인 등 제약이 크다. 반면 KF-X는 국내 개발한 항공무장을 기체 통합할 때 아무런 제약이 없다. 숱한 난관 속에서도 지금까지 끌어온 KF-X 사업은 대한민국이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