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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대원의 軍플릭스] 포항 아파치 헬기 ‘솔로몬의 지혜 찾기’ 결말은?
주한미군, 포천에서 포항으로 옮기며 논란 가열
권익위, 포항 주민과 국방부 간 조정 묘안 찾기
주한미군 아파치 헬기 사격훈련을 둘러싸고 포항 주민과 국방부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권익위가 조정에 착수해 결과가 주목된다. 아파치 헬기가 경북 포항 수성사격장에서 정찰비행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주한미군의 아파치 헬기 사격훈련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주한미군의 경북 포항 수성사격장 사격훈련을 놓고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국방부와 주한미군 측은 국가안보를 위한 전투준비태세 유지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엇갈리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정에 나섰지만 ‘솔로몬의 지혜’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포항주민들, 포천과 포항 차별 분통=주한미군 아파치 헬기의 수성사격장 사격훈련 논란이 본격화된 것은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한미군은 이전까지 경기 포천 로드리게스 훈련장에서 아파치 헬기 사격훈련을 실시했는데 소음 등 민원이 줄을 잇자 작년 2월 수성사격장으로 옮겼다.

1965년 포항 남구 장기면 수성리에 조성한 수성사격장은 1246만4000여㎡에 달하며 해병대가 관할하고 있다.

문제는 50여 가구, 130여명이 거주하는 수성리 마을에서 불과 1㎞남짓 떨어져 있어 주민들이 지속적인 소음과 진동, 불발탄, 유탄 등 위험에 시달려왔다는 점이다.

2017년과 2020년에는 사격으로 인한 크고 작은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주한미군은 2019년 초부터 수성사격장에서 아파치 헬기 사격훈련을 간헐적으로 실시하다 작년 2월부터 아예 훈련장을 옮겼다.

포항수성사격장반대대책위원회(반대위)를 중심으로 한 주민들 입장에선 포천과 포항에 대한 차별로 여길 수도 있는 대목이다.

주민들은 사격장 주변이 각종 위험에 노출돼있는데다 사격훈련이 실시될 때는 전화통화조차 어려운 형편이라고 하소연한다.

이들은 지난 4일 주한미군 아파치 헬기 사격훈련 중단과 사격장 폐쇄 촉구 집회를 열고 ‘국방부장관’과 ‘한미연합사령관’ 문구가 적힌 상여를 멘 채 사격장 진입을 시도하다 불 태우기도 했다.

국방부는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대화로 문제를 풀겠다면서도 주민들이 요구하는 헬기사격 중단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주한미군도 불만이 없을 수 없다. 주한미군은 한국군과 주민들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본토보다 미흡한 주둔여건과 훈련여건에 불만을 토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작년 7월 국방부에 보낸 서신과 11월 서욱 국방부 장관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아파치 헬기 훈련의 원활한 진행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한미군 아파치 헬기 사격훈련을 둘러싸고 포항 주민들과 국방부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권익위가 조정에 착수해 결과가 주목된다. 아파치 헬기 2대가 경북 포항 수성사격장에서 정찰비행을 하고 있다. [연합]

▶권익위 조정 2~3달 이상 걸릴 수도=주한미군 아파치 헬기 수성사격장 사격훈련 문제는 일단 권익위로 공이 넘어간 상황이다.

권익위는 지난 8일 조정에 나서기로 하고 국방부에 조정 기간 동안 훈련 중단을 요청했다.

이에 국방부는 권익위의 조속하고 합리적 조정을 기대한다면서 조정 기간 훈련을 잠정 중단하고 권익위 조정 절차에 협조하기로 했다.

권익위는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갈등 사항에 대한 중재·조정에 나설 수 있다.

권익위는 향후 주민들과 국방부의 의견수렴을 거쳐 중재안을 만든 뒤 양자 간 합의가 이뤄지면 조정회의를 거쳐 조정안을 협약서로 확정짓게 된다.

중재로 작성된 협약서는 민법상 화의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그러나 주민들과 국방부의 입장차가 커 조정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주민들은 주한미군 아파치 헬기 사격훈련 중단과 함께 수성사격장 이전 또는 완전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군당국은 사격장 이전 또는 폐쇄는 선택지에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수성리 마을과 주민 전체가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비용 부담 주체 등 또 다른 난제가 만만치 않다.

권익위 관계자는 “조정은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줘서는 안되고 결국 양측이 조금씩 양보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며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국가안보와 한미동맹까지도 고려해야하는데 양측이 워낙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묘안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빠르면 2~3달 걸리는 권익위 조정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전현희 위원장은 수성사격장 조정 착수와 관련 “군 사격 소음·진동으로 고통받으며 살아온 사격장 주변 주민들의 권익과 생존권은 매우 중요한 가치이고 주한미군 아파치 등 사격훈련 또한 대한민국의 안보와 한미동맹과 연관된 중요한 문제”라면서 “두 가치의 충돌과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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