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남성 배수로 통과 전 4차례 이상 CCTV 포착
지난 16일 동해안을 통해 귀순한 북한 남성이 배수로 통과 전 최소 4차례 이상 해안 경계 근거리CCTV에 포착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교롭게도 국민권익위원에는 귀순 직전 부패신고가 접수됨에 따라 해안 감시장비 납품 과정에 대한 조사에 돌입했다.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측 동해안 모습. [헤럴드DB] |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 남성의 ‘오리발 귀순’으로 다시 한번 군 경계태세에 허점이 드러난 가운데 어느 정도 예견된 참사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1일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과 육군 지상작전사령부가 문제의 지역을 관할하는 육군 22사단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현장 조사에 따르면 북한 남성은 지난 16일 새벽 해안으로 올라온 뒤 배수로를 통과하기 전까지 최소 4차례 이상 해안 경계 근거리감시카메라(CCTV)에 포착됐다.
군이 같은 날 오전 4시20분께 강원도 고성군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제진검문소 CCTV를 통해 남성이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식별하고 작전에 나서기 전 이미 4차례 이상 경계감시장비에 포착됐지만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결국 이 남성은 군의 초동대응 실패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와 6시간가량 배회하다 탈진한 뒤에야 검거됐다.
해안 경계감시장비를 둘러싼 논란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이번 오리발 귀순 사건이 벌어지기 20일 전에는 국민권익위원회에 해안 경계감시장비 관련 부패신고가 접수돼 권익위가 조사에 착수하기까지 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신고자는 지난달 28일 육군이 ‘해·강안 경계 과학화사업’ 차원에서 219억원을 투입해 설치한 해안 경계감시장비와 관련해 권익위에 부패신고를 접수했다.
권익위는 해안 경계감시장비 납품 S업체 대표와 육군 해당사업 담당자를 대상으로 배임 및 사기 등 혐의로 부패행위조사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권익위는 부패신고 접수 이후 신고자가 제출한 자료 등을 중심으로 사실관계를 확인중이다.
다만 피신고자에 대한 조사권이 없어 직접 조사 대신 관계기관을 통한 자료 요구를 비롯한 보완조사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권익위는 통상 2~3개월가량 걸리는 조사 뒤 전원위원회를 거쳐 수사기관에 이첩이나 송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9년 6월 강원도 삼척 ‘목선 귀순’ 사건 발생 이후 급물살을 탄 해·강안 경계 과학화사업은 입찰 단계부터 적잖은 잡음을 낳았다.
육군은 애초 해당 사업 제안서 마감일을 2020년 1월30일로 공고했다가 돌연 2월5일로 연기했는데 이 때 제안서를 제출한 3개 업체 모두 탈락했다.
이에 육군은 같은 해 3월5일까지 재공고를 냈고 앞서 탈락한 3개 업체에 2개 업체가 추가돼 총 5개 업체가 참여했다.
최종적으로 1차 공고 때는 참여하지 않은 S업체가 선정됐는데, 이 업체는 경계감시와는 다소 동떨어진 지능형교통체계(ITS)와 LED 응용 디스플레이 전광판을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방산업계 사이에서는 특정업체를 위해 제안서 마감일을 연장하고 첫 공고 때 성능평가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와 함께 작년 국회 국방부 국정감사 때는 일부 해안 경계감시장비가 중국에서 만든 이른바 ‘짝퉁 국산’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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