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이상 고가아파트 주택시장 상승세 이끌어
정부 대규모 공급 대책에도 “고가주택 희소성 더 높아질 것”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지난달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198.04㎡(이하 전용면적)는 48억7000만원(22층)에 계약됐다. 이 단지 같은 크기가 거래된 사례 중 가장 비싸다. 같은 단지 59.89㎡는 1월 25억원(18층)에 거래가 성사됐다. 역시 이 단지 같은 크기론 최고가 기록이다. 바로 옆에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래미안원베일리’ 59㎡가 반값 수준인 평균 14억원선에 분양한다고 하지만 주변 고가 아파트 단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최고가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서울 및 전국 주요 랜드마크 아파트의 가격을 지수화한 ‘KB 선도아파트 50’의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단지 모습 [헤럴드경제DB] |
고가 아파트 매매가가 흔들림 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15억원 이상 주택에 대한 대출금지 정책으로 현금부자가 아니면 아예 접근이 불가능하고, 역대 가장 강력한 세금 규제를 적용받는 상황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KB국민은행이 매달 발표하는 ‘KB선도아파트 50지수’(이하 KB50지수)는 2월 130.4로 전월보다 1.82% 올랐다. 이 지수는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반포자이, 아크로리버파크, 압구정 현대아파트, 잠실 주공5단지 등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50개 아파트단지 시가총액의 변동률을 나타낸다. 같은 달 기준 전국(1.76%)이나 서울(1.6%) 아파트 평균 상승폭보다 오히려 더 높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50개단지 아파트는 올 1~2월 누적으론 3.32% 비싸졌다. 같은 기간 전국(3.30%), 서울(3.23%) 보다 더 올랐다. 정부 규제의 집중 포화 대상이지만 안정적인 상승세를 이어가는 셈이다.
KB50지수는 대출규제를 대폭 강화한 ‘12.16부동산대책’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간 하락하다가 6월(0.56%) 반등한 후, 9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4개월 간은 오름폭이 계속 커졌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및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헤럴드경제DB] |
고가주택은 예상과 달리 거래량도 많다. 국토교통부 ‘연도별 초고가 아파트 매매 거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출을 아예 받을 수 없는 15억원 이상 아파트 거래는 전국 1만519건으로 전년(8408건) 대비 25%나 늘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2925건)에 비하면 세배이상 많아졌다.
최근 고가주택 상승세는 서울 강남권(강남·서초·송파)이 주도하고 있다. 고가주택 규제로 주춤했던 이들 지역 아파트값은 올 1월 0.92%, 2월 1.12% 등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가주택 상승세는 고가주택이 몰려 있는 서울 등 인기지역의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정부가 지난해 8·4대책(127만가구)과 올해 2·4대책(83만가구)을 통해 수도권에 200만가구 이상의 주택을 집중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이들 고가주택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2월 KB50지수 상승폭이 더 커진 건 서울 도심에 32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정부 정책에도 당장 이들 고가 아파트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인식이 고가주택 매수자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초구 ‘반포래미안퍼스티지’ 인근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남 주택 부족 현상은 계속될 것이란 게 대부분 이 지역 아파트를 사려는 수요자들의 판단”이라며 “강남 아파트값은 당분간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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