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선 “근본적인 대책 아니다” 지적
차명 거래 등으로 진화할 가능성 높아
검토 단계서 ‘토지거래 허가제’ 도입해야
LH 직원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무지내동 야산 인근 자투리땅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사전 투기 의혹과 관련해 재발 방지책으로 ‘토지거래 사전신고제’를 꺼내들었지만, 부동산 업계에선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전에 신고하는 방식보다는 사전투자 사실이 밝혀졌을 경우 처벌 규정을 더욱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일각에선 내부 정보를 활용한 투기가 일가 친척이나 지인을 동원한 차명 거래 등으로 진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깜짝 발표 후 토지를 강제 수용하는 방식으로는 투기 세력을 근절할 수 없기 때문에 신도시 후보지 선정 단계에서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묶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원칙적으로 신도시 개발에 관여한 공직자의 토지거래를 제한하고 불가피한 경우 신고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등 근원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 중이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4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담당 공직자의 실거주 목적이 아닌 부동산 거래를 엄격히 제한하고 부동산 거래시 반드시 신고하도록 의무화하겠다”면서 “업무 담당자가 아니더라도 미공개 중요정보를 편취해 토지거래에 이용한 자에 대한 처벌방안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LH도 4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모든 직원·가족의 토지거래 사전신고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LH는 또 신규사업 추진 시 관련부서 직원·가족의 지구 내 토지 소유여부 전수조사를 통해 미신고 및 위법·부당한 토지거래가 확인될 경우 인사상 불이익 등 강도 높은 패널티를 부과할 방침이다.
그러나 사전신고제의 실효성을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사전신고제보다는 사전투자 사실이 밝혀졌을 경우 처벌 규정을 명확하게 하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공 부문에서 처벌하려면 처벌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관련 법을 만들어도 소급적용이 안된다”면서 “명백한 근거 없이는 처벌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공무원 윤리·처벌 규정을 명확하게 하는 게 최선”이라고 밝혔다.
직원과 직원 가족까지 토지거래를 제한하더라도 차명 투기로 진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직원들의 토지 거래를 전부 신고하게 하겠다고 하더라도 차명 거래나 제3자를 통한 매입 등까지 막을 방법이 없다”면서 “내부 정보를 활용한 사전 투기를 차단할 근본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러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안은 정부가 개발 계획을 세우는 단계부터 후보지의 토지 거래를 묶고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식이다. 택지 후보지 검토 단계에서 토지거래허가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토지개발정보회사인 지존의 신태수 대표는 “현재 국토부가 깜짝 발표하는 방식은 검토 단계에서 정보가 새나가기 때문에 사전 정보를 접하고 몰려드는 투기 세력을 막을 수 없다”면서 “후보지 발굴 단계에서부터 선제적으로 토지거래허가 구역을 지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공직자 투기 의혹은 정부가 밀실에서 서둘러서 공급대책을 마련하면서 발생한 부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좀 더 심도있게 전문가 의견을 듣고 신규택지를 검토하는 기간에도 토지거래 허가제를 시행하는 등 관련 제도 전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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