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엔 ‘매도자>매수자’
매도자와 매수자 간 줄다리기 여전
전국의 아파트 매수우위지수가 80선까지 떨어지며 시장이 매수자 우위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사진은 서울 한강 주변 아파트단지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주택시장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지된다. 거래가 줄고 매물이 쌓이면서 매수우위지수도 4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으나 매도호가는 유지되고 있다. 서울 일부 단지에서는 거래가 끊겼음에도 호가를 올리는 사례가 나올 정도로 매도자와 매수자 간의 눈치싸움이 계속되는 분위기다.
정부의 2·4공급대책으로 시장 관망세가 짙어진 가운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 공시가격 인상 등 부동산 이슈가 터지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인식이 확산됐고 그로 인해 매수자들이 의사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매도자들은 향후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거두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20일 KB국민은행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82.4로 집계됐다. 이는 전주(90.3)보다 7.9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지난해 11월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지수는 지난해 11월 말 100선을 넘은 뒤 올해 1월 중순 114.6까지 오르며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나 이달 1일 100선 아래로 떨어진 뒤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다.
매수우위지수는 0~200 범위 내에서 지수가 100을 초과하면 ‘매수자가 많다’는 의미이고 100 미만이면 ‘매도자가 많다’는 뜻이다.
아파트 매수우위지수 추이. [자료=KB국민은행 리브온] |
전국의 아파트 매수우위지수 역시 지난 15일 기준 88.6으로 6주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7일 100.9로 2002년 집계 이후 처음으로 기준점(100)을 넘어선 이 지수는 지난 2월 초까지 100 안팎을 유지하다 하락하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거래가 크게 줄면서 ‘매수자 많음’ 시장이 ‘매도자 많음’ 시장으로 바뀐 것으로 풀이된다. 실시간 거래량 집계가 가능한 서울의 경우만 보더라도 이달 아파트 거래량은 서울아파트정보광장 기준 626건에 불과하다. 거래 신고기한이 남아 총 거래량과 차이가 나겠지만 지난해 같은 달(4419)과 비교해 크게 줄었다. 지난해 12월 7521건에 달했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올 1월 5748건으로 줄었으며 2월에도 3584건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거래가 줄다 보니 시중에는 매물이 늘어나는 추세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17개 도시 아파트 매물은 한 달 전보다 일제히 증가했다. 서울의 경우 한 달 전보다 14.3% 늘었으며 광주(27.9%), 대구(21.7%), 전남(18.2%), 울산(18.0%), 경기(15.6%), 경남(14.1%) 등도 10% 이상 늘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주택가격에 대한 부담과 2·4공급대책의 영향으로 구매심리가 관망으로 돌아섰고 최근 LH 이슈까지 터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지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매도호가는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는 분위기다. 노원구 상계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매수 문의가 끊긴 건 아니지만 가격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일부 입주 가능한 물건을 중심으로만 거래가 체결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양지영 양지영R&C소장은 “집주인 입장에서 아직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면서도 “가격이 그동안 너무 많이 올랐고 대출이 어려운 데다 이자 부담, 보유세 부담도 있기 때문에 가격이 더 치고 올라갈 상황은 아니다”고 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려면 매물이 확연히 늘어야 한다. 지금 정도로는 어렵다”면서 “오는 5월까지 양도세 추가 중과를 피하기 위한 매물이 얼마나 나오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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