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민간 재개발 부상에 변수 커져
1826가구 규모로 조성될 성북구 성북1구역 모습[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4만 가구를 목표로 한 공공재개발이 시작부터 암초를 만났다. 목표치의 절반을 넘는 2만5000여 가구 규모의 1, 2차 후보지 선정은 마무리했지만, 사업 주체인 주민들은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화두로 떠오른 ‘민간 재개발’에 마음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용적률과 층고 특혜를 주고 임대주택을 받는 공공재개발이, 재건축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를 일제히 약속한 여야 후보들과의 경쟁에서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정부와 서울시가 지난 1월과 3월 29일 발표한 공공재개발 1, 2차 후보지 24곳에 들어설 아파트는 모두 2만4902가구다. 1차 8곳에 4700여 가구, 또 2차 16곳에 2만202가구가 예정됐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공공재개발 도입 목표치 4만여 가구의 절반이 1년만에 채워진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공공재개발 목표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민간 재개발’을 들고 나오면서 공공재개발의 이점이 흐려지고 있다는 의미다. 또 공공재개발을 주도할 사업자 중 하나가 LH라는 점도 조합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최근 “재개발·재건축을 할 때 공공 민간참여형으로 하겠다”고 새로운 공약을 내세웠다. 불과 두달 전만해도 공공 재개발·재건축을 강조했던 정부 여당 후보가 선거 중반부터 ‘민간’을 앞세우며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궤를 달리하는 공약을 들고 나온 것이다.
야당 소속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더욱 적극적이다. 공식 공약집 맨 앞장을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일주일 안에 풀겠다”는 말로 시작하는 등 속도전에 나설 태세다. 층고제한 완화나 용적률 상향도 기본이다. 5년 간 36만 가구 신규공급 공약 중 절반이 재개발과 재건축 물량이다.
이런 두 후보의 ‘민간 재개발’ 강화 공약은 정부와 서울시가 1, 2차로 나눠 발표한 ‘공공 재개발’ 후보지역민들에게는 사실상 추가 선택지가 됐다. 1차 후보지 중 하나인 흑석2구역이 정부 초안에 반발해 사업 철회를 예고하자, 더 높은 용적률 약속을 받아낸 것이 대표적인 예다.
2차 후보지 선정 과정에서 보류 판정을 받은 대흥5구역도 ‘민간 재개발’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가 크다. 정부와 한국주택토지공사(LH)가 주도하는 공공재개발보다는 민간 재개발로 추진하면 다소 속도가 늦더라도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주민 100여명이 신청 철회 탄원을 냈을 정도다.
정부는 이 같은 주민들의 의견을 의식, “사업방식에 대한 주민 이견 등이 있어, 재검토 후 차기 심의회에서 선정 여부를 재논의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류 배경을 전했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LH사태도 한 몫 했다. 공공재개발의 주체인 LH가 임직원들의 투기 의혹으로 흔들리면서 사업 진행 가능성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1월 발표한 8곳의 후보지 중 본격적인 사업 시작을 알리는 주민설명회가 마무리된 곳이 아직까지도 1~2개 지역에 불과한 것도 이런 주민들의 의구심에 부채질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사업성이 좋아지면 공공재개발을 택할 이유도 없다”며 “공공재개발의 추진 동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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