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검토나 보완 노력”…제도 개선에 힘 실어
당정, 대출 규제·1주택 재산세 감면 방안 검토 중
[헤럴드경제=양영경·배문숙 기자]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2019년 11월)→“부동산만큼은 할 말이 없다.”(2021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4주년 특별연설 및 기자회견에서 25번째에 걸친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이에 대한 보완을 공식화했다. 이로써 현재 당정이 논의 중인 무주택자나 1주택자 등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규제나 세 부담 완화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10일 서울시내 한 부동산에서 관계자가 문재인 대통령 취임 4주년 특별 연설 관련 방송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
문 대통령은 10일 “무주택 서민, 신혼부부, 청년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실수요자의 부담을 완화하는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4·7 재보궐선거에서)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들 만한 그런 심판을 받았다”며 “부동산 정책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 있었으니 그 이후 기존 정책에 대한 재검토나 보완 노력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최근 당정의 제도 개선 움직임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당정은 4·7 재보궐선거에서 성난 부동산 민심을 확인한 후 부동산 정책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했다.
당정은 무주택자가 집을 사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을 60%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무주택자에 LTV·DTI를 각각 10%포인트씩 올려주고 있었는데 여기에 10%포인트 더 올려주는 방식이다. 이때 적용되는 주택가격 기준을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부부합산 연소득 요건을 8000만원 이하에서 1억원 이하로 올리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재산세 감면 기준도 기존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올리는 방안이 유력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여야 간에 큰 이견이 없고 여론도 감면 확대에 동의하는 쪽으로 기운 상태다. 공시가격 6억~9억원 구간에 해당하는 공동주택만 59만2000가구에 달하는 점도 상대적으로 이견이 적은 배경으로 꼽힌다.
재산세는 과세기준일이 6월 1일이고 주택분의 경우 납기가 7월·9월로 임박한 만큼 5월 국회에서 결론을 낼 가능성이 크다. 정부도 올해분 재산세가 부과되기 전까진 답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종부세 관련 논의는 공제를 확대하고 과세 이연제도를 도입하는 방식 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노년 공제와 보유공제 비율을 조정하는 방안을 유력하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도 1주택을 보유한 고령·은퇴 계층을 위한 부담 경감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집값 급등으로 올해 주택분 종부세 과세 대상이 100만명에 육박하면서 결국 기준선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관련 논의는 5월 중 결론을 도출할 가능성도 있으나, 논란이 거세질 경우 고지서 발송 전인 11월까지 미뤄질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공공주도의 주택공급 확대를 재차 강조하면서도 “민간의 주택공급에 더해”라는 표현도 덧붙였다. 주택공급 주체로 민간의 역할을 처음으로 언급했다는 점도 변화로 인식된다. 공공주도 공급에서 핵심 역할을 맡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땅 투기 의혹에 휘말린 데다 서울시가 민간주도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절충점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임기 1년을 남긴 시점에서 현실적인 변화보다는 선언적 의미에 가까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에 대한 필요성은 물론 정책 실패도 뒤늦게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공공택지에서 이뤄지는 개발에 한해 민간에 길을 열어주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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