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 아파트 30평대 전세는 ‘매진’
70년대부터 살아온 주민들 “이사 싫다”
“반포초 휴교하나” 부동산에 문의 쏟아져
지난 1일부터 이주기간이 시작된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단지 내 모습. [이민경 기자]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이삿짐~!!, 이삿짐~!!. 사모님, 이사 언제 나가세요? 싸게 해드릴게요. 명함 받아가세요.”
지난 4일 찾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내에는 이사 계약을 따려는 업자들이 여럿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이주기간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플래카드까지 단지 곳곳에 붙어 재건축 단지임을 실감케 했다. 지난 1일부터 올해 11월30일까지가 조합이 공지한 이주기간이다.
단지 내에서 마주친 주민들 사이에서 이주는 뜨거운 감자였다.
이 아파트 소유주이면서 주민인 A씨는 “이사를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가 고향같은 곳이고 이 아파트가 재건축되고 난 후에 다시 돌아오기까지는 나에게 너무 오랜 시간”이라고 했다.
단지 곳곳에 이주기간이 도래했음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이민경 기자] |
반포주공1단지는 5층 저층 아파트로 이뤄진데다 나무가 우거져 공원같은 느낌을 준다. 단지 내부에 있는 상가건물들은 이곳이 70년대에 지어졌다는 사실을 상기시킬 만큼 오래된 외관을 지녔다.
그러다보니 A씨와 같이 이곳에 오래 산 연로한 주민들은 이주를 달갑지 않게 여기는 중이다.
그 외에도 자녀 교육을 위해 이 아파트에 전세를 얻은 세입자들도 최대한 이주가 늦춰지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단지 인근 B공인 대표는 “하루에도 몇번씩 반포초등학교가 문을 닫는 것이냐는 전화를 받는다”면서 “당연히 아파트를 철거하면 그 옆에 있는 학교는 휴교하고 학생들은 전학을 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만큼 주공1단지가 반포동에서 학군 대비 전세가격이 싼 곳이라 인기가 많았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생활권역에 속하는 아크로리버파크아파트 전세는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이민경 기자] |
신속한 재건축 진행을 바라며 빠르게 이사갈 집을 구한 사람들도 많다. 2000여가구 이주효과로 인근 반포동 일대 전세는 말 그대로 ‘0’가 됐다.
래미안퍼스티지 인근 C공인 대표는 “30평대 전세물건은 단 하나도 없다”면서 “월세는 있지만 85㎡ 매물이 보증금 2000에 월세 630만원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아크로리버파크, 반포힐스테이트도 마찬가지로 30평대 전세는 없다고 보면 된다”며 “이 아파트들이 잠원초등학교로 배정받는 곳인데다 같은 기존 생활권역이라 가장 먼저 동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이 기다리다 못해 반포대교 동쪽인 반포리체아파트까지도 알아보는 추세”라고 전했다.
30평대 전세 매물이 하나도 없는 래미안 퍼스티지 아파트. [이민경 기자] |
전세가격이 웬만한 아파트 매매가격을 넘어선지 오래다.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5㎡은 지난 1월 20억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아크로리버파크 전용85㎡ 전세매물도 3월 23억원에 계약서를 썼다.
아크로리버파크 인근 D공인 대표는 “매수대기자는 많은데 매물이 안 나오면 앞으로도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말”이라면서 “평당 전세가격 1억원이 아주 허무맹랑한 말이 아닐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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