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유무로 신분사회된 것 같아
전셋값 함께 오르며 더욱 궁지로 몰려
청약은 보유한 현금 많아야만 가능
3기 신도시도 미혼에겐 ‘그림의 떡’
안개 낀 서울 시내. [헤럴드경제DB] |
“3년 전에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하고 보유하던 서울 아파트를 팔고 전세를 택했어요. 무주택인 지금 매일 잠을 잘 못 자고 일상을 지속하기가 힘듭니다. 남들은 지금이라도 살 수 있는 집을 사라고 하는데 예전에 살았던 동네는커녕 그 주변도 갈 수가 없다는 사실에 우울증이 왔어요.”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강남과 비강남, 빈부 격차가 이제는 고착화된 것 같습니다. 열심히 살았는데 왜 제가 아이들에게 죄인이 된 것 같은지 모르겠습니다.”
“직장 동료는 6년 전에 대출 70% 받아서 강남에 아파트를 샀습니다. 저도 그때 그랬어야 했다고 의미 없는 후회만 하고 있어요. 같은 직급이고 인정은 제가 더 받는 편인데도 그 동기 앞에만 서면 속이 뒤틀립니다. 동기가 은연중에 전세살이한다고 저를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부동산시장 과열에 피로와 우울 등 감정을 호소하는 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다주택자는 세금 부담과 퇴로 차단에 골머리를 앓고 있고, 1주택자는 갈아타기가 사실상 힘들어진 데다 지역에 따라서 보유세 부담이 큰 경우는 ‘정부에 월세를 내고 사는 격’이라는 볼멘소리를 내놓는다.
그러나 무주택자들이 겪고 있는 ‘부동산 블루(우울)’는 자괴감에 가깝다. 특히 상승기에 접어들기 이전에 주택을 매도하고 전세 살기로 결정한 사람들은 과거의 선택을 자책하고 있다.
서울의 오래된 주공아파트를 3년 전 매도한 A씨는 “그때 내가 뭐에 씌였던 것 같다”면서 “요즘 뉴스에서 그 동네 집값 올랐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눈물이 난다”고 밝혔다.
아파트 매매 가격만 오른 것이 아니라 전세 가격이 함께 오르고 있는 점도 무주택자들을 더욱 궁지로 몰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B씨는 “집주인이 실거주한다고 올해 10월 만기에 맞춰 나가 달라고 했다”면서 “이 동네에서 6년 동안 살면서 아이가 친구를 많이 사귀었는데 갑자기 이사를 가야 한다니까 납득을 못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변 전세 시세를 맞추려고 해도 ‘영끌’로도 힘든 지경이기에 쫓겨나는 기분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 와중에 아파트 청약은 각종 규제가 더해지면서 가점이 만점에 가까운 현금부자들만의 리그가 돼버린 상태다. 재고 주택 시세가 폭등하면서 서울의 84㎡ 기준 새 아파트 분양가도 대부분 9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9억원 초과 시엔 중도금 대출이 안 된다. 또 집주인 실거주 의무도 생겨 세입자를 받아 잔금을 치르는 일이 더는 불가능하다.
정부가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저렴하게 공급하겠다는 3기 신도시 물량이 있지만 미혼이거나 40·50세대에게는 사실상 당첨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차 사전 청약을 포함해 올해 공급되는 사전 청약 3만200호 공급물량 중 신혼희망타운 비중은 절반 수준인 1만4000호에 이른다.
신혼희망타운 입주 기본 자격은 혼인 기간이 7년 이내 또는 6세 이하의 자녀가 있는 무주택 세대구성원(신혼부부), 혼인을 계획 중이며 모집 공고일로부터 1년 내 혼인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무주택 세대구성원(예비 신혼부부), 6세 이하의 자녀가 있는 한부모 무주택 세대구성원(한부모가족)이다.
30대 미혼 여성 C씨는 “‘생애 최초’가 혼인 중이거나 자녀가 있는 사람만 해당된다는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싱글인 무주택자는 아예 가망이 없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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