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의왕 등 GTX 수혜지가 가격상승 견인
“시장 악재 없어…당분간 상승세 계속될 것”
기대심리 크게 반영돼 거품 꼈을 가능성도
전문가들 “묻지마식 추격매수 유의해야”
경기 시흥 정왕동 배곧신도시. [헤럴드경제 DB]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올해 상반기 아파트시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연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다. GTX 노선을 따라 집값이 가파르게 치솟았고, GTX 정차가 유력하다는 설(設)만 나와도 가격이 뜀박질했다.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이 반년 만에 작년 한 해 상승률을 넘어선 것도 수도권, 그중에서도 GTX 수혜지역으로 매수세가 확대된 영향이 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176개 시·군·구 중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경기 의왕시로, 6개월간 20.56% 올랐다. 이 지역 역대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올해 이전 가장 많이 오른 2006년 상반기(12.53%)와 비교해도 오름폭이 압도적이다. 올해 전국 평균(6.46%)은 물론, 수도권 평균(9.33%)과 비교해도 월등히 많이 뛰었다.
의왕시 집값이 이상 과열을 보이는 건 ‘철도 교통망 확충’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란 게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의왕에는 GTX-C 노선이 지나는데 시는 의왕역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의왕 북쪽에 인접한 인덕원역은 최근 C 노선 추가 정차역으로 사실상 확정됐고, 인덕원~동탄(인동선) 복선 전철과 월곶~판교(월판선) 복선 전철 등도 착공을 앞뒀다. 수도권 외곽의 중저가 아파트에 대한 매매 수요가 GTX 호재를 만나 폭발적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 셈이다.
실거래 사례를 보면 가격 변화는 더욱 뚜렷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의왕시 포일동 ‘인덕원푸르지오엘센트로’ 전용면적 84.99㎡는 지난달 6일 16억3000만원에 손바뀜됐다. 두 달 전인 4월 15억3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억원 상승했다. 올해 1월(10억7220만원)보다는 5억원 넘게 올랐다.
의왕을 포함해 GTX 이슈가 있는 수도권 지역은 대부분 무서운 집값 상승세를 보였다. GTX 호재가 없었다면 이 정도로 크게 뛰긴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해당 지역 중개업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 올해 1~6월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률 상위권 지역은 대부분 GTX가 지나거나 역 신설 기대감이 있는 수혜지역이었다.
제주를 제외한 아파트값 상승률 상위 15개 지역을 살펴보면 고양 덕양구에는 A 노선이 정차하고, 인천 연수·서구와 남양주에는 B 노선, 군포·양주·의정부·동두천에는 C 노선이 각각 정차한다. 안양 동안구는 C 노선의 인덕원역 정차를 확정 지었고 의왕과 시흥, 안산 단원·상록구, 평택은 C 노선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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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GTX 수혜지역 중에서도 이미 착공한 A 노선이나 다음달 기본계획 수립을 앞둔 B 노선보다는 사업 관련 논의가 오가는 C 노선을 중심으로 집값이 많이 뛰고 있다는 점이다. 김포와 부천을 잇는 D 노선은 서울 강남 직결 무산 등의 논란이 일면서 시장 영향이 비교적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통상 교통 이슈는 발표, 착공, 준공 등 세 단계에 걸쳐 호재로 작동하는데 최근 수도권으로 내 집 마련 수요가 집중된 데다 시장 기대감이 과열돼 있다 보니 계획만으로도 집값이 들썩이는 것”이라며 “시장 기대감을 꺾을 만한 악재가 없고 공급 부족도 해결되지 않고 있어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철도망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주택시장의 기대감을 꺾을 만한 악재가 없는 상황에서 서울 접근성 개선이 큰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GTX 개통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단기간 투자수익을 기대하는 ‘묻지마식’ 추격 매수에는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사업특성상 공사기간이 길뿐더러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로 개발이 늦어지거나 계획이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GTX-A 노선은 지난해 광화문 인근 현장에서 문화재가 발견돼 공사가 중단되는 등 사업 추진이 지연됐다. 일각에선 2023년 말 개통이 요원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대심리가 지나치게 반영돼 일부 지역에는 가격 거품이 껴 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GTX 개통까지 일러야 6년, 길게는 10년 이상 걸리는 데다 개발 과정에서 공사가 지연되거나 계획이 수정되는 등의 변수가 생길 수 있는 만큼 막연한 기대감으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서 ‘GTX면 무조건 된다’는 식의 과대평가가 형성된 측면이 있다. 일부는 거품에 가깝다”면서 “공사 진행은 물론 향후 시설 운영에 있어서 경제성이 충분히 확보될 것이냐에 대한 의구심이 아직 남아 있다. 기대만큼 효용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후유증이 상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두 위원은 이어 “교통망 확충도 결국은 주택 공급의 한 축”이라며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정책적 역량을 쏟아부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