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의 78.1%가 최고가 거래
거래절벽에도 가격 진정 효과는 미미
거래허가제 덕에 상승세 제한적이란 분석도
서울시는 지난 4월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 4개 주요 재건축·재개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정화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이 같은 달 21일 서울시청에서 브리핑하고 있는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서울시가 압구정과 여의도, 목동, 성수 등 주요 재건축·재개발 단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뒤 아파트 거래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를 실거주 목적으로 제한하면서 과열 양상이 잦아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거래 10건 중 7건 이상이 역대 최고가격으로 체결되는 등 가격 안정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2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월 27일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가 발효된 4개 지역에서 이날까지 3개월여간 신고된 아파트 거래는 총 32건으로 집계됐다. 목동택지개발사업지구가 27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압구정아파트지구 2건 ▷여의도아파트지구 및 인근 단지 2건 ▷성수전략정비구역 1건 등이었다.
이들 거래 32건 가운데 4건은 직전 신고가와 동일한 가격에, 21건은 그보다 높은 가격에 계약서를 쓴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의 78.1%인 25건이 최고가 거래였던 것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목동에서는 27건의 거래 가운데 21건이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여의도에선 거래 2건 중 1건이 신고가였으며 압구정과 성수에서 체결된 거래 각각 2건과 1건도 모두 신고가를 경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양천구 신정동 목동신시가지13단지 전용면적 53.9㎡는 지난 3일 13억1500만원에 거래됐다. 해당 평형 아파트가 올해 1월 12억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1억1500만원 오른 가격이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양아파트 전용 105.7㎡의 경우 지난달 9일 19억6000만원에 손바뀜됐는데 4개월여 전인 지난 2월 실거래가는 18억6000만원이었다.
업계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투기수요 유입을 막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실질적인 가격 안정 효과까지는 불러오지 못했다고 분석한다. 전반적인 수요가 줄면서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나오기도 했으나 일부에 불과했고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재건축 규제 완화 신호로 받아들인 집주인들이 호가를 낮추지 않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계의 전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토지거래허가제는 단기차익 목적의 투기수요를 시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허들 역할을 하지만 최소한의 투기적 과수요를 잡을 뿐 가격 안정을 견인하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들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 가격이 그나마 제한적으로 상승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올해 상반기 아파트 시장이 무서운 상승세를 보였던 것을 감안하면 오름폭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6개월 이상 거래가 끊겼다가 손바뀜이 일어난 단지를 제외하면 아파트값은 평균적으로 3600만원 가량 올랐고 최대 오름폭은 1억원 수준이었다. 최근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아파트값이 두세 달 새 1억원씩 급등하는 사례가 속출했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상승세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재건축 단지가 일반 아파트보다 거래위축 효과가 크기 때문에 가격을 어느 정도는 동결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인위적인 거래 억제가 일시적인 진정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지언정 실질적인 가격 안정화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정부의 의도와 달리 투자심리가 꺾이지 않았고 매물 출회로도 이어지지 않아 가격 안정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면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이 있어 앞으로도 가격 하락 효과를 끌어내긴 불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