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갱신 계약간 임대료 ‘이중가격’ 현상
표준임대료 도입할지도 관심
전문가들 “사유재산 침해 등 부작용 클 것”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 여당이 신규 계약의 임대료 인상폭 제한 등 임대차법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 전월세 시장의 후폭풍이 예상된다.
갱신 계약뿐만 아니라 신규 계약에 대해서도 임대료 상승폭을 일정 수준 묶을 경우 전세 물량이 사라지고 월세화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전월세 임대료 기준을 정하는 ‘표준임대료’ 도입도 검토 대상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방안에 대해 집주인·세입자 간 갈등 확대, 사유재산 침해 등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신규 계약을 맺을 때 임대인들이 임대료를 부단히 상향시키는 문제가 있었고, 이것이 전월세 가격의 불안을 일으킨 면이 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현행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는 전월세 계약을 한차례 연장할 수 있고, 이때 임대료 인상폭을 직전 임대료의 5%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전월세상한제는 계약을 갱신할 때만 적용되는 것이어서 임대인이 신규 계약에선 추후 계약 갱신 시 임대료 증액이 제한되는 것을 대비해 임대료를 한꺼번에 올리는 경향이 있었다.
일부 단지에선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의 임대료 격차가 2배까지 벌어지는 '이중가격'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신규 계약에 대해서도 임대료 상승폭을 일정 수준 묶어야 한다는 주장이 작년부터 제기돼 왔다.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신규 계약에 대해서도 전월세상한제를 적용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발의한 바 있다.
당정이 작년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기 위해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할 때 이 법안은 남겨뒀다. 당정은 당시 이 법안은 시장 상황에 따라 장기적으로 검토하기로 한 바 있다.
신규 계약에 대해서도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려면 주택 임대시장 데이터베이스가 축적돼야 한다.
올 6월부터 전월세신고제가 도입돼 임대차 시장 정보 구축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이 안을 검토해볼 만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윤 원내대표는 표준임대료제도를 도입하는 법안을 낸 바 있다.
이는 지자체가 각 지역의 적정 임대료 수준을 산정해 고시하는 제도로, 부동산 가격공시와 비슷한 형태다.
이 역시 전월세 시세 데이터베이스 확보가 전제 조건이다. 이날 윤 원내대표는 당장의 제도 변경보다는 1년 뒤를 내다보고 개선안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으로 1년 뒤는 계약갱신청구권제 도입 2년째를 맞이해 갱신된 계약까지 종료돼 새로운 세입자를 맞는 신규 계약이 나오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즉, 1년 뒤부터 신규 계약이 쏟아져 나오면서 전월세 가격을 큰 폭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전월세신고제로 관련 정보를 축적하려면 1∼2년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1년 후부터 바로 신규 계약 전월세상한제나 표준임대료제 등을 시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사유재산 침해 논란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신규 임대차 계약에도 임대료 제한이 가해지면 임대인들의 반발이 거셀 것"이라며 "전세 물량이 점점 사라져 월세화가 가속화되는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시가격제도 들쭉날쭉해 이의신청이 많은데 표준임대료도 가격산정 과정에서 많은 오류가 발생할 것”이라며 “시장에서 주택의 상태에 따라 시세로 정해지는 가격을 정부가 획일적으로 정하는 것은 시장경제원리에 반하고 재산권 침해 소지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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