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규제 철회 영향은 일부 단지만
공급부족에 전셋값 ‘고점의 고점’ 찍나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지난해 새 주택임대차보호법 도입 이후 나타났던 ‘전세대란’이 재현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통상 이사 비수기인 여름에는 전세매물이 쌓이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새 임대차법의 여파로 매물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재건축 이주에 학군 수요 등이 맞물리며 전셋값이 고공행진하는 모습이다.
서울 서초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에 세워진 시세표. [연합뉴스] |
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넷째 주(2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6% 올라 지난해 8월 첫째 주(0.17%)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이사 비수기에 접어든 지난 4월 주간 상승률이 0.02~0.03% 수준으로 안정세를 보였으나, 5월 말부터 서서히 상승폭이 커지며 새 임대차법이 시행(지난해 7월31일)된 직후 전세시장의 혼란이 극대화했던 지난해 8월 수준으로 돌아갔다.
양천구(0.29%)는 이번 주 서울에서 전셋값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그 뒤를 서초·노원·동작(0.23%), 송파구(0.22%), 관악구(0.21%) 등이 이었다. 지난달 12일 ‘재건축 아파트 2년 실거주 규제’가 백지화되면서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 매물이 풀리는 움직임도 있으나 전반적인 전세난을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모습이다.
부동산원은 “대체로 학군지나 정비사업 이주 수요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 오름세가 나타났다”면서 “실거주 규제 철회 영향이 있는 곳은 상승폭이 소폭 줄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선 전셋집을 내놓은 사람보다 찾는 사람이 더 많아지고 있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7월 174.3으로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7월(174.6) 수치와 유사하다. 4000여개 중개업소를 통해 파악하는 전세수급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시장에 공급자가 많고,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향후 전셋값을 예상하는 전세가격전망지수 역시 7월 수치(123.0)가 올 들어 가장 높았다. 지난 4월 110.8로 올해 저점을 찍은 뒤 5월 114.0, 6월 119.9, 7월 123.0으로 올라섰다.
전세대란 속에 전셋값이 ‘고점의 고점’을 찍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미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7월 말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 1년간 가파르게 올랐다.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가격은 지난달 기준 6억2440만원인데, 지난해 8월 이후 무려 1억5564만원 뛴 것으로 파악됐다.
월급을 10년 꼬박 모아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을 마련할 수 있는 시대도 열렸다. 올해 3월 기준 서울 주택의 전세 PIR은 9.9배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이 수치는 전셋값을 5분위로 나눴을 때 중간인 3분위 주택가격을 소득 5분위 중 중위소득인 3분위의 평균 연소득으로 나눈 것이다. 다시 말해, 중위소득 계층이 서울에서 중간가격대 전셋집을 마련하려면 약 10년간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7월 7.6배였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8개월 만에 2.3년 늘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전세시장은 비수기임에도 서울 도심에서 매물부족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최근 전·월세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한 지역을 찾아가는 것은 합리적인 방어기제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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