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I·전기, LG엔솔·이노텍에 고전
금융 계열도 업계 상위 대비 더뎌
주주환원도 인색…단기반전 난망
호실적에도 삼성전자 주가가 바닥탐구를 계속하면서 시장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뿐 아니라 삼성그룹주 전반이 경쟁사 대비 더딘 움직임다. 주주환원도 적극적이지 않다. 코스피는 물론 우리 경제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갖게 한다.
2014년 5월 이재용 부회장 체제가 시작된 이후 삼성전자 주가 궤적은 대만 TSMC, 미국 애플과 비슷한 궤적을 그리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급격히 엇갈린다. 애플이 스마트폰에서 삼성의 1위 자리를 위협하기 시작했고, TSMC는 절대강자 인텔이 흔들리며 비메모리 반도체의 전국시대가 열린 수혜를 고스란히 누렸다.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초격차’를 자랑하는 삼성전자지만 비메모리와 파운드리에서는 TSMC의 ‘추적자’에 그치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은 3년 전보다 14.7% 높다. 10%대이던 영업이익률은 2017년~2018년 반도체 수퍼사이클로 20%대까지 올라선다. 하지만 2019년 12%대로 급락 2021년 18%대까지 반등한다. 올해 19%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지만 2024년에는 다시 18%대로 내려설 것이라는 게 증권가 추정(consensus)이다. 올 1분기 실적이 양호했지만 앞으로가 썩 좋지 않을 것이란 뜻이다.
애플의 2021년 매출은 2018년 보다 37.7% 많다. 영업이익률도 20%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30%에 육박했다. TSMC의 지난해 매출은 3년 전보다 53.9% 높다. 영업이익률은 30%대에서 40%대로 높아졌다. 매출 성장과 수익성 모두에서 삼성전자는 애플과 TSMC에 열세다.
‘전자’의 부진은 ‘후자’에도 영향을 미쳤다. LG이노텍 대비 비교우위를 유지했던 삼성전기는 최근 주가흐름에서 열세다. 수익성은 아직 앞서지만 매출과 이익규모에서 역전이 예상된다. 미래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카메라모듈과 광학장비 등에서의 시장 관심도 LG이노텍에 더 집중되는 모습이다.
‘미래’에 대한 열세는 2차전지 부분에서도 감지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분사 전까지만 해도 삼성SDI의 주가흐름은 LG화학에 밀리지 않았다. 하지만 LG엔솔 상장 이후 2차전지주의 주도권을 빼앗기면서 열세로 바뀐 모습이다. 삼성SDI는 LG엔솔 대비 수익성이 배 이상 높지만 매출액이 더 적고, 수주잔량에서 도 크게 뒤지면서 기업가치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비금융부분에서도 지지부진하다. 여전히 공모가(11만원)에 한참 못미치는 삼성생명은 주가순자산비율(PBR) 0.34배 수준으로 한화생명(0.24배)에는 앞서지만 미래에셋생명(0.42배) 보다 낮다. 손해보험 압도적 1위 삼성화재도 PBR은 0.7배로 덩치가 훨씬 작은 업계 4위권 메리츠화재(2.46배)의 1/3에 불과하다. 삼성증권은 증권관련주 시가총액에서 미래에셋증권, 메리츠증권, 한국금융지주, NH투자증권에 이은 5위권이다. 삼성카드 주가 역시 15년전 공모가 4만8000원의 2/3 수준이다.
삼성그룹주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공통점은 인색한 주주환원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현금배당액은 9조8000억원으로 특별배당이 이뤄졌던 전년(20조3381억원)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영업이익 규모가 전년이 절반수준이었던 2019년과 비슷한 액수(9조6192억원)이다. 삼성SDI와 삼성전기의 지난해 현금배당액은 LG화학이나 LG이노텍 보다는 이익 증가율에 미치지 못하면서 배당성향은 전년대비 반토막이 나거나, 제자리걸음이다. 2019년 48.7%까지 높아졌던 삼성생명의 배당성향도 이후 2년 연속 30% 중반에 머무르고 있다. 시가배당율리 시총이 비슷한 금융지주에 뒤진다. 삼성화재는 손보험계 간판 배당주이지만 배당성향이 2019년 56.2%에서 2020년 49.6%, 지난해 45.4%로 내리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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