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폴란드 방산 수출, 러시아 자극 가능성도
폴란드 국방장관이 현대로템의 K2 전차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FA-50 경공격기 등 구체적인 규모와 시기 등을 언급하며 한국산 무기체계 구매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다음 ‘K-방산’ 진출국으로 폴란드가 주목받고 있다. FA-50 자료사진. [KAI 제공] |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미중갈등 심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글로벌 불안정성이 고조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K-방산’에게는 기회가 찾아오고 있다.
한국산 무기체계는 세계 6위의 군사강국으로 발돋움한 한국이 분단된 한반도에서 실전배치해 운용함으로써 검증받았다는 점과 기존 방산선진국과 비교시 가격 대비 성능이 탁월하다는 점 등의 이유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방부, 폴란드 방산 무관 파견 구상=이런 가운데 다음 K-방산 진출국으로 폴란드가 주목받고 있다.
이와 관련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장관은 지난 22일(현지시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대로템의 K2 전차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FA-50 경공격기 등 한국산 무기체계 구매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브와슈차크 장관은 곡사포도 구매할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한화디펜스의 K9 자주포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K2 전차 180대를 올해 첫 주문하고 48대 FA-50 경공격기 가운데 1호기가 내년 인도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도입 규모와 시기까지 언급하기도 했다.
한국 국방부도 기존 주폴란드대사관 무관과 별도로 폴란드에 방산업무를 전담하는 무관을 파견한다는 구상이다.
25일 군에 따르면 폴란드 파견 방산업무 전담 무관은 한국과 폴란드가 방산 계약을 체결할 경우 계약 이행 관련 업무를 전담하게 된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전력공백으로 전력 보강이 시급한 상황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폴란드는 기존 보유하고 있던 소련제 T-72 전차 등을 우크라이나로 지원하는 대신 독일로부터 신형 전차를 받기로 했지만 차질이 생겼다.
이와 관련 폴란드 외교부는 “전차를 교체해 준다는 독일의 약속은 기만적 계책이었다”고 공개적으로 독일을 비판하기도 했다.
지정학적인 이유에서도 전력 강화가 절실하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와 접경국인데다 러시아와 사이에 벨라루스가 있긴 하지만 벨라루스가 러시아의 맹방인 만큼 안도할 수 없는 형편이다.
다만 폴란드 방산 수출은 아직 논의중인 상태로 최종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
방산업계에선 폴란드가 방산 계약 체결 전 이례적으로 구체적인 규모와 시기를 공개한 것을 두고 계약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폴란드가 우크라이나 지원 이후 국내적으로 전력 공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대내용 메시지를 발신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마무리된 이후 한러관계가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정부는 폴란드 국방장관의 언급 이후에도 반응을 자제하고 있는데 마지막 단계까지 방심할 수 없는 방산계약의 특수성과 함께 대러관계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른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문재인 정부의 한러관계에 대해 전반적 협력 저하로 관계 발전의 동력을 상실했다고 비판하면서 한러협력의 미래 지평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폴란드 국방장관이 현대로템의 K2 전차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FA-50 경공격기 등 구체적인 규모와 시기 등을 언급하며 한국산 무기체계 구매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다음 ‘K-방산’ 진출국으로 폴란드가 주목받고 있다. K2 전차 자료사진. [헤럴드DB] |
▶尹대통령, 국방부에 방산 매진 당부도=이와 별개로 K-방산은 윤석열 정부에서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22일 윤 대통령에게 한 업무보고에서 방위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면서 “방산수출 지원을 위한 정부 차원의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다양한 제도 발전을 통해 구매국 요구에 신속히 대응하며 국가별 맞춤형 수출 지원전략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또 “방산기업의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해 방산기업 지원을 확대하겠다”며 “첨단 국방기술 개발 촉진을 위한 정책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보고했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윤 대통령이 지난 22일 장·차관 워크숍에서 경제가 제일 핵심이라면서 국방부에 경제살리기 차원에서 방산 분야에 매진해달라고 당부했다는 말을 소개하기도 했다.
K-방산 수출 전망도 밝은 편이다.
수출입은행이 지난달 발간한 ‘방위산업의 특성 및 수출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2017~2021년 5년간 한국의 방산 수출은 직전 5년인 2012~2016년 대비 176.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 등 상위 10개국 중에서도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이었다.
특히 작년에는 방산 수출액이 70억달러(약 9조2000억원)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국기연)가 작년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자료를 토대로 발표한 ‘2021 세계 방산시장 연감’에 따르면 한국은 2016~2020년 5년간 세계에서 9번째로 많은 무기를 수출한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당시 한국 앞에는 미국을 필두로 러시아, 프랑스, 독일, 중국, 영국, 이스라엘, 일본 등이 자리했는데, 한국은 2016년 10위에서 2020년 6위로 4계단 도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