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시절 ‘소탈한 정치인’ 각인…19대 대선 후보 전원이 어묵 먹어
尹 여의도 정치 적응의 상징…‘보여주기식’ 비판도
김건희 여사가 11일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오뎅을 시식하며 상인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정치권에 어김없이 ‘오뎅 먹방’이 다시 등장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이번엔 ‘대통령 배우자’가 오뎅을 먹었다는 것이다. 김건희 여사는 올해 첫 단독 공식일정이었던 지난 11일 대구 서문시장 방문에서 어묵집을 찾아 오뎅과 국물을 먹으며 상인들과 대화를 나눴다.
오뎅은 정치인들의 재래시장 방문에서 빠지지 않는 먹거리 중 하나다. 추운 겨울뿐 아니라 무더운 여름에도 정치인이 재래시장에 가면 오뎅을 먹는 게 일종의 공식이 됐다. 저렴하고 흔한 오뎅은 어떻게 정치인들의 단골 메뉴가 된 걸까.
2009년 6월25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의 재래시장에서 오뎅을 먹는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 |
오뎅이 정치권에서 지금과 같은 위상을 갖기 시작한 건 이명박 전 대통령 때부터다. 이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재래시장을 찾을 때마다 오뎅을 먹었다. 동대문구의 한 시장에서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오뎅을 먹는 당시 사진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 당시 국밥을 먹는 모습을 담은 ‘이명박은 배고픕니다’ TV 광고가 성공을 거두며 기업인 이미지를 벗고 ‘흙수저 출신’ 서민 후보 이미지를 제대로 각인시켰는데, 그런 그가 오뎅을 즐겨먹는 모습은 ‘소탈한 정치인’이라는 메시지가 됐다.
이후 주요 정치인들은 본격적으로 오뎅을 찾았다. 2017년 19대 대선에서는 문재인·안철수·홍준표·유승민·심상정 당시 후보 모두가 시장에서 오뎅을 먹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됐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이낙연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와 시장을 찾아 오뎅을 먹었다.
2017년 1월3일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성북구 장위시장을 찾아 어묵을 먹고 있다. 당시 문 대표는 민주당의 대선주자였다. [연합] |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식’이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작 문제 해결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김 여사가 서문시장을 찾은 11일 오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재래시장에 가서) 가장 많이 하는 게 정말 지긋지긋한 모습인 어묵 먹고, 떡볶이 먹고, 떡 사먹고 ‘따봉’ 하는 게 아니냐”며 “그걸로 과연 시장 방문의 어떤 의미를 살릴 수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오뎅을 먹지 않는 정치인도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경기도지사였던 2010년 의정부의 재래시장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시장에 가서 어묵을 먹는 장면을 사진을 찍었는데 나는 그게 밉더라. 그래서 어묵 먹는 장면을 일부러 찍지를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도지사를 지내기 전인 성남시장 재직 시절에는 오뎅을 먹는 모습이 언론 보도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반대의 경우다. 윤 대통령은 20대 대선 출마 선언 직전 언론 인터뷰에서 “시장에서 오뎅(어묵) 먹는 것 같은 쇼 정치는 안 하겠다”고 말했으나, 약 한 달여 뒤부터 재래시장에서 오뎅을 먹기 시작했다. 이는 여의도 정치가 낯설었던 검사 출신 윤 대통령이 정치인으로 변모하는 과정으로 해석됐다.
2021년 10월4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부산진구 서면 지하상가를 방문해 오뎅을 맛보고 있다. [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