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지지층 표심 향방 촉각…‘安에 호재’ 전망
유승민, 출마 막판 고심…직전 입장 밝힐듯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시 양천구 해누리타운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 양천갑 당원대회에서 당대표에 출마한 김기현 의원(오른쪽)과 안철수 의원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 구도가 후보등록을 일주일 앞두고 격변을 맞았다. 김기현·안철수 의원에 이어 주요 주자로 거론됐던 나경원 전 의원이 25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다. 이를 놓고 당 안팎에서는 안 의원의 상승세를 전망하는 관측이 나온다. 나 전 의원에 대한 불출마 압박으로 해석됐던 여권 내 주류의 행동이 오히려 친윤 후보에게 불리한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출마 여부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 여부가 마지막 남은 판도 변화의 기폭제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나 전 의원은 “우리 당의 분열과 혼란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막고 화합과 단결로 돌아올 수 있다면 저는 용감하게 내려놓겠다”며 선당후사(先黨後私·개인보다 당을 먼저 생각한다), 인중유화(忍中有和·인내 속에 화목이 있다)를 언급했다.
나 전 의원은 이어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결국 제 출마가 분열의 프레임으로 작동하고 있고, 극도로 혼란스럽고 국민들께 안 좋은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는 부분 있기 때문”이라며 “당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솔로몬 재판의 ‘진짜 엄마’가 된 심정으로 제가 그만두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나 전 의원의 발언은 자신의 당대표 출마를 둘러싼 여권 내 불협화음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 전 의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지난 5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헝가리식 출산 장려책’을 언급한 이후 부위원장 및 기후환경대사직에서 해임되기까지 대통령실 및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과 계속해서 갈등을 빚어 왔다.
나 전 의원은 이날 대통령실의 불출마 압박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제가 뭐 구태여 그부분 말씀드리긴 적절하지 않은 거 같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나 전 의원을 도왔던 박종희 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소위 (대통령실) 비서실하고 나 전 의원을 조율하려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이런 분들이 저출산위를 맡겼을 때 ‘당대표 하지 말라는 사인 아니겠느냐, 그러니까 계속 그 일을 해라’ 이런 식의 메시지를 준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나 전 의원의 불출마에 따른 여권의 관심은 지지율의 향방이다. 나 전 의원을 향한 표심이 누구를 향하느냐에 따라 승패를 가르는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어서다. 실제 엠브레인퍼블릭이 YTN 의뢰로 22~23일 조사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층 784명에게 차기 당대표 적합도를 물은 결과 나 전 의원은 16.9%를 기록했다. 김기현 의원(25.4%), 안철수 의원(22.3%)에 이은 3위다.
같은 조사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는 안 의원이 강세를 보였다. ‘안철수-김기현’ 양자 대결 시 안 의원은 49.8%, 김 의원은 39.4%를 기록했고, ‘안철수-나경원’ 대결에서는 안 의원 52.9%, 나 전 의원 33.7%로 조사됐다. ‘김기현-나경원’ 구도에서는 김 의원 46.3%, 나 전 의원 35.1%였다.
이에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친윤계의 지지를 받는 김 의원에게는 오히려 악재가 됐다는 뒷말도 나온다. 앞서 나 전 의원 측은 친윤계와 갈등을 빚은 반면, 안 의원 측과는 ‘수도권 당대표론’에 대한 ‘가치 연대’ 가능성을 열어놓은 바 있어서다.
안 의원도 이날 나 전 의원의 표심 향방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나 전 의원께서 원하시는 방향들이 수도권에서 승리 아니냐”며 여지를 남겼다. 한 여권 관계자는 “나 전 의원을 지지했던 사람 입장에서는 (불출마 영향을 준) 김기현 의원을 찍을 수 없다”며 “안철수 의원에게 급속도로 표가 붙게 될 것”이라고 봤다.
마지막 변수는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 여부다. 여권 내 대표적인 ‘반윤주자’인 유 전 의원은 전국적인 인지도와 더불어 강성보수와 차별화된 개혁 성향의 이미지, 이를 바탕으로 한 중도 확장성이 강점이다. 지난해 이준석 전 대표가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으며 차기 당권주자에 대한 관심이 피어오를 당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차기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하는 등 강세를 보였다.
유 전 의원은 전당대회 룰이 ‘당원 100%’로 변경된 이후 잠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출마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막판까지 장고를 거듭한 뒤 후보등록 시한 직전 입장을 밝힐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는 지난 11일 대구에서 열린 언론 간담회에서 “(국민의힘 당대표가) 제 정치적 소명이 맞느냐에 대해 스스로에게 묻고 있고 확신이 들면 결심을 밝히겠다”고 말한 바 있다.
여권에서는 유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친윤’을 자임하는 김·안 의원에 비해 선명한 반윤주자로서 3자구도에서 상당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반윤주자의 이미지로 계속 가기 위해서라도 이번에 반드시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과 가까운 이준석 전 대표는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기서 접으면 지지층 여론조사에 지금 나오고 있는 8~10% 정도의 성적표가 자기 성적표가 된다”며 출마설에 힘을 실었다. 이어 “본인이 잘하면 당원투표에서 그것보다 훨씬 많이 얻을 수 있다고 본다”며 “(출마를 해야) 본인이 다음 진로를 계획할 때 거기에 맞춰서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연이은 친유승민계의 이탈과 컷오프(예비경선)에 대한 부담은 넘어야 할 벽이다. 유 전 의원의 지역구를 이은 강대식(대구 동구을) 의원을 비롯해 김병욱(경북 포항시남구울릉군)·신원식(비례) 의원은 나 전 의원을 비판하는 초선 의원 성명서에 이름 올리면서 친윤계 합류를 암시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유 전 의원이 2월10일쯤 치러질 컷오프(예비경선)을 무사히 통과하지 못할 경우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지난해 경기지사 경선에서 김은혜 후보에 밀리고 난 뒤 첫 선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오전 대구 아트파크에서 열린 대구·경북 언론인 모임 '아시아포럼21' 초청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