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공안 통치”, 與 “공안 통치 운운하는 자가 간첩”
민주당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공개 간담회 개최
국힘 “文 정부 간첩 활개, 대공수사권 이관 안 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국가폭력피해자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최근 국가정보원(국정원)의 ‘대공(對共) 수사’가 한창이다. 야당은 윤석열 정부가 대대적인 간첩 수사를 통해 ‘공안 통치’를 하고 있다며 날을 세우고, 여당은 ‘공안 통치’를 운운하는 쪽이 간첩이라며 맞받아치고 있다. ‘간첩 수사’의 정당성 문제를 놓고 여야가 ‘정치적 공방’을 펼치는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이 26일 ‘국가폭력피해자 간담회’를 열고 과거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 증언을 공개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도 ‘간첩 수사’ 공방의 한 흐름으로 읽힌다.
이날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이재명 대표도 참석해 공개는 물론 비공개 간담회까지 약 1시간가량 자리를 지켰다.
이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국가가 국민을 대신해 행사하는 권력을 폭력 범죄에 쓰거나 이를 비호하는 데 사용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며 “국가폭력에 제도적 면죄부를 주는 것을 그만둘 때가 됐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간담회를 마련한 공식적인 취지는 국가폭력 범죄의 심각성을 환기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11월 소속 의원 전원의 명의로 국가폭력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없애는 내용의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시효 등에 대한 특례법안’ 제정안을 발의했다.
이 대표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국가폭력 범죄는 반드시 처벌돼야 한다”며 “그 범죄에 대한 배상에는 시효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담회에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사건’ 피해자인 유우성 씨를 비롯해 ‘구미 유학생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황대권 씨, 경기 안산시에 있던 소년 강제 수용소인 선감학원에서 고초를 겪은 김영배 씨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국가폭력 시효 배제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민주당에 신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유 씨는 “(저의) 간첩조작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가 현재 대통령실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국가폭력에는 항상 피해자만 있지, 가해자를 찾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법이 마련돼 더는 간첩조작이 이뤄지지 않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공개된 간담회에서 최근의 대공 수사에 대한 직접적인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간담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정부가 조작한 간첩 사건의 피해자 그리고 인권 활동가라는 점에서 현재 진행되는 국정원의 간첩 수사에 사실상 비판적인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국가정보원이 18일 오후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울 사무실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물이 든 상자를 들고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
최근 국정원은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인사들이 민주노총 등 노동계에 침투해 북측으로부터 암호문 형태로 받은 지령을 수행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서울 정동 민주노총 본부를 포함,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의 사무실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경남 창원, 전북 전주, 제주 등에서는 진보성향 정당의 지역조직에 침투했단 의심을 받는 지하조직 ‘자주통일 민중전위’, ‘ㅎㄱㅎ’에 대한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국정원은 이들 역시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과 만나 지령을 받고 국내에서 이적 활동을 했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대통령 재임 기간에 이들 사건의 수사가 축소·은폐됐다고 주장한다. 최근의 대대적인 간첩 수사는 전 정부 책임이 크다는 논리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은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 2017년 민주당이 집권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 중의 하나는 기무사 해체와 국정원 대공기능 박탈”이라며 “국가의 대공기능을 박탈해 버리면 간첩들은 활개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경찰로 이관될 대공수사권을 국정원 권한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2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한해 국정원의 수사권을 복원하는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앞서 민주당은 여당이던 2020년 12월 국회에서 국정원의 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법 개정 당시 안보수사 공백 우려를 고려해 법 시행을 3년 유예하도록 했다. 이에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은 내년 1월 경찰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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